위로가기 버튼

경북의 히든 챔피언들을 기대하며

등록일 2014-04-03 02:01 게재일 2014-04-03 18면
스크랩버튼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일주일전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드레스덴 선언을 하루 앞둔 날, 베를린에서도 중요한 움직임이 있었다.

베를린 시내 한 호텔에 한국과 독일의 중소 및 중견기업인 200여명이 모인 것이다. 이유인 즉 독일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산학협력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한·독 히든 챔피언 포럼` 행사 때문이다.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의 본고장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중소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히든 챔피언`을 들어봤을 것이다.

`히든 챔피언`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박사의 저서 이름이다. 지몬 박사는 수많은 전문분야에서 압도적 시장지배력을 가진 작고 강한 강소기업(중소기업)이 세계화의 진정한 승리자라고 강조한다. 지몬 박사는 그러한 중소기업들이 가진 경영전략과 기술력 등 베일에 가려진 비법을 기업 상담을 통하거나 손수 발품을 팔아가며 조사해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의 독일어 초판은 1995년 `숨은 승자(Die heimlichen Gewinner)`로 독일의 옛 수도엔 본에서 출판됐다. 이후 내용들이 추가돼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영어 번역판인 `히든 챔피언`이란 제목으로 재탄생해 급속히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숨은 승자`나 `히든 챔피언`은 이름도 없이 조용히 숨어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중소기업이라는 같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제목들이다.

세계적으로 2천여개의 작고 강한 `히든 챔피언`들이 있다. 이중 2/3가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이 요란한 홍보보다는 오직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며 야금야금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무명의 기업들이다. 단적인 예로 독일의 `크노프(Knopf)`는 무려 20여만 종이 넘는 단추만을 생산하는 세계적 회사다. 푸스테픽스(Pustefix)사의 비눗방울 장난감은 온 지구촌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무명의 기업에 가깝다. 비눗방울이나 장난감이 철저히 친환경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출대국의 명성을 떨치며 오늘날 유럽 경제의 리더가 되고 있는 독일, 그 이면에는 바로 `히든 챔피언`이 존재하고 있다.

유독 독일어권 국가에서 강소기업 출현이 많은 것은 여러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교육환경(소질과 능력에 따른 직업교육)을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대대로 한 우물만 파는 철저한 장인정신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어온 그들의 혼(魂)이 뒷받침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업인만큼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번에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 철저한 책임과 신뢰를 우선시하는 사회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지몬 박사는 `히든 챔피언`집필을 위해 각 국을 돌아봤지만 숨은 승리자들은 대체적으로 독일적이며 뛰어난 수공업의 솜씨와 자기 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가격으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 제품을 팔기 때문에 비싸도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식 경영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는 부분인데, 독일의 강소기업들은 시골 도시를 떠나 어느 지역이든 골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경북 역시 신도청시대를 앞두고 있다. 지역마다 특색과 혼을 가진 23개 시·군이 상생하며 웅비를 향한 역사의 장을 열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선진 경제의 허리는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다.

곧 식목일이다. 백년 앞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듯 선진 경북의 먼 미래를 위해 지역강소기업이 태동할 토양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한다.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온 자랑스러운 경북의 혼과 정신을 압축하는 경북의 많은 히든 챔피언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김부환의 세상읽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