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기여도를 나타내는 종합 지표는 존재하지 않지만 국제 언론 뉴스에 등장하는 기사 빈도수가 대체 지표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의 200개가 넘는 나라 중에 국제 뉴스 생산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국가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세계 톱 5에 들어간다고 알려진다. 이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경제규모 13위, 무역 규모 11위 보다 앞서는 순위다.
종합적으로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공헌도를 나타내주는 지표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북한과 관련된 정치 이슈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국제 뉴스 무대에서 그리 불명예스럽거나 손해를 보는 일은 없다.
이러한 국제 뉴스 생산에 있어 높은 순위에 가장 기여하는 분야는 정치 및 군사 관련 기사다.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발사, 인권, 탈북자 문제, 6자 회담 등 남북 관련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다음으로는 독도 영토 문제, 위안부, 야스쿠니 참배 등 일본관련 기사가 뒤를 잇는다.
경제적 뉴스로는 한국 대기업들이 전 세계 무대에서 종횡무진 하니 국제 경제 기자들이 한국을 빼놓고 경제 기사를 안 쓸 수 없을 것이고 문화 기사에서도 아시아를 넘어 국제무대로 뻗어가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영화, 드라마 그리고 K-Pop 관련 기사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관련 기사도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를 포함해 양궁, 골프, 야구 등 국제무대에서 우리 선수를 빼고 기사를 쓰기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국제 학력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싱가포르와 나란히 겨루는 등 그런대로 국제뉴스에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제 뉴스 무대에서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하고 우리의 위상이 가장 낮은 분야는 복지 관련 이슈다. 우리나라의 국가의료보험체계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언급으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으나 다른 대부분의 지표에서 OECD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매우 부끄러운 지표를 가지고 있다. 노인 및 청소년 자살율, 청소년 게임 중독율, 이혼율 등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또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순위에 올라 있고 행복 지수에서는 매우 낮은 순위에 있다. 우리의 복지 관련 예산, 정책, 그리고 입법에 있어서 많은 발전과 개선이 있었으나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에 대한 논의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가 그만큼 경쟁적인 사회임을 말해주고 있다. 경쟁적 사회를 측정하는 지표가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있다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도 당연히 최고의 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경쟁적인 사회는 한편으로는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를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그에 따른 대가와 희생으로 수많은 부작용과 문제를 양산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가장 빠른 발전을 한 나라에 속하지만 그만큼 이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가 같이 따라와 다른 여러 부정적인 지표에서도 국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우리만의 사회적 현상도 이러한 경쟁적 사회와 이에 따른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학교 왕따, 학교 폭력, 청소년 게임중독, 노인 자살 등 한국 만이 겪는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우리의 도전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는 경쟁적 사회 구조를 통해 국가 및 사회발전을 이룩했다면 보다 조화로운 발전은 우리 조상들이 소중하게 여기던 전통 가치인 협력과 협동을 강조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 가는데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협동으로 탐구하고,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집단들이 갈등보다는 협력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고, 국가적으로도 지역 간의 협력과 통합을 강조하고, 남북한 간에도 협력을 강조한다면 우리의 많은 사회문제는 해결될 것이고 국제 사회에도 다른 나라들이 더욱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