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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미술품 수집가 `나눔의 미학`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4-04-02 02:01 게재일 2014-04-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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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 컬렉터 기증정신 기려<BR>시·도립 미술관 `특별전` 마련<BR>포항시립미술관 53점 선보여

▲ 전화황 작 `전쟁의 낙오자`
▲ 전화황 작 `전쟁의 낙오자`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하정웅 컬렉션 특선전- 기도의 미술`전을 3일부터 오는 6월29일까지 1·3·4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하정웅 컬렉션 특선전`은 미술품 1만여점을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기증한 메세나 운동가 하정웅의 기증정신과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전국 시·도립 미술관 네트워크 사업으로 진행되는 특별전시회다.

2002년 전국 시·도립미술관 네트워크 회의에서 하정웅의 기증정신과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논의돼 지난해 4월 서울시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전국 8곳의 시·도립미술관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하정웅 컬렉션을 연구 분석해 각기 다른 주제를 선보임으로써 하정웅 컬렉션 철학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 광주, 부산에 이어 네 번째로 `하정웅 컬렉션 특선전- 기도의 미술`을 선보이는 포항시립미술관은 `디아스포라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하정웅의 기증활동을 조명한다.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전시실에는 이우환의 단색화, 대표적 재일작가인 전화황의 회화 작품,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사진 등 53점이 전시되며,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하정웅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있다.

▲ 작가미상 `발랄한 단발머리`
▲ 작가미상 `발랄한 단발머리`
첫 번째 섹션은 `후원자로서의 하정웅`에 초점을 맞췄으며,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의 `선으로부터(From Line)`를 비롯한 대표작품들로 구성된다.

하정웅이 1980년 일본의 미술잡지 `미즈에(みずゑ)`에 실린 이우환 특집기사를 보고 한 민족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일본 미술관과 갤러리에 보내기 위해 잡지 재고 500부를 모두 사들이면서부터 이우환과의 인연이 시작됐고 이후 이우환의 파리 전시 경비를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우환의 작품수집이 시작됐다.

▲ 이우환 작 `From Line`
▲ 이우환 작 `From Line`

하정웅은 1970년대 `점으로부터(From Point)` `관계항(Relatum)`, 1980년대 `선으로부터(From Line)` `바람으로부터(From Winds)` `동풍(East Winds)` 시리즈, `유적지에서(In the ruins)` `With winds`, 1990년대 `조응(Correspondence)` `출항지`, 2000년대 `Silently` `대화(Dialogue)` 등 이우환의 대표작품 35점을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두 번째 섹션에는 `하정웅의 개인적 취향`에 주목해 그의 컬렉션 철학인 `기도의 미술`의 출발점이 된 전화황의 회화 작품이 전시된다. 전화황의 작품은 일본 내에서 감당해야 했던 한국인으로서의 고뇌와 기도의 상념을 깊은 신앙적 작업으로 구현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정웅의 첫 번째 수집 작품인 `미륵보살` 시리즈를 포함해 전화황의 수작 9점을 감상할 수 있다.

▲ 재일교포 미술품 수집가 하정웅
▲ 재일교포 미술품 수집가 하정웅
마지막 섹션에서는 `역사적 자료의 가치에 대한 하정웅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월북예술가라는 이념적인 이유로 정당한 평가와 조명을 받지 못했던 전설적인 무희, 최승희의 사진들이 전시된다. 이번 `디아스포라의 시선`에서는 10대부터 40대 최승희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과 공연 장면, 연습 장면 등 이념적인 것과 상관없이 당시의 역사적 상황, 이념적 대립 구도의 희생이 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하정웅의 미술작품 컬렉션을 통한 메세나 활동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이윤을 위한 투자의 목적이 아니라, 미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조국과 약자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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