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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큰 교육, 경북 교육의 힘

등록일 2014-04-01 02:01 게재일 2014-04-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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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

“감사합니다. 산자연학교 교사 이주형입니다”, “전학 문의를 좀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입학 문의 전화를 받았다. 발신 지역은 대부분이 수도권이다. 학생 수 감소로 소규모 학교들의 통폐합 문제가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지만, 본교는 반갑고도 고마운 전입학 문의 전화가 매일 끊이지 않는다. 만약 3월 한 달 동안 전입학 의사를 밝힌 학생들만 모두 받아도 본교의 전입학 경쟁률은 꽤나 높을 것이다. 그것도 경북이 아닌 전국 단위 학생들로 말이다.

하지만 전입학 상담의 결론을 알기에 마음은 늘 아프다. 수도권에서 경북의 면소재지 학교를 찾는 학부모들의 간절함을 알기에 필자를 비롯한 교사들은 입학 상담에 최선을 다한다. 상담에는 패턴이 있다. 주위 분들의 추천을 통해 학교를 알게 됐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좋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꼭 전학을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와 조심스럽고 불안한 목소리로 교육비에 대해 물어 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필자의 목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할 때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교육비 이야기를 할 때면 모기 소리보다 작아진다.

교육비 이야기가 끝나면 어김없이 수화기 너머에서는 큰 한 숨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필자는 죄인이 된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 전에 애원하는 말투로 꼭 다시 물어 오는 말이 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 아닌가요?” 이 맞고도 단호한 물음에 필자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더 조심스럽게 “의무교육을 하지만 의무교육기관은 아니다”는 교육청의 설명을 대신 전하면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멀리서 경북 교육의 우수성을 알고 전학 결심을 한 타시도의 교육 수요자들은 과연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할지? 아니 경북 교육을 어떻게 생각할지? 필자의 한 숨만 깊어진다.

얼마 전 농산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전원학교`사업이 불처럼 인 적이 있다. 그 때의 슬로건이 `돌아오는 교육`이었다. 사업에 선정 된 학교들은 인근 지역에서 학생들이 전학을 와 전교생 숫자가 늘었다고 한껏 고무돼 언론에 대서특필 했다. 통폐합 위기에 처한 학교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 덕분으로 위기를 넘긴 건 박수칠 일이다. 하지만 경제성과 지속성을 생각해 보면, 그리고 더 깊은 내면을 보면 결코 박수가 나오지 않는다. 다 떠나서 전학을 온다고 해 봤자 같은 지역 교육지원청 소속의 학생이거나, 잘 해봤자 경상북도 교육청 산하 학교의 학생들이다. 단위 학교 측면에서 보면 물론 학생 숫자가 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보면 제 식구 빼가기밖에 안 된다. 과연 이런 재 살 깎아 먹기를 위해 엄청난 교육 예산을 허비할 필요가 있을까?

선거철이다. 교육계든, 지자체든 오랜만에 덕망 있는 분들로부터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지금의 이 관심이 6월 4일만 지나면 바람과 같이 사라질 것이라는 걸. 사라지는 건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이 무수히 쏟아낸 말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걸. 그래서 공약은 公約이 아니라 空約인가 보다. 선거가 끝나면 모르쇠가 돼버리는 대한민국 선거판, 참 좋~~다.

부질없는 짓인지 알지만 그래도 선거철이니 예비 경북 교육 수장들께 한 번 건의해 본다. 혹 작은 학교, 큰 교육을 통해 경북 교육을 전국에 마케팅 해 보실 생각은 없으신지. 그리고 교육 이민의 길을 경북으로 돌리게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금요일 오후와 일요일 저녁에 영천 터미널에 가면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가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들은 해외로 가는 학생들이 아니라 서울, 경기, 대전, 부산, 울산, 대구 등지에서 경북 교육 나라로 교육 이민을 온 학생들인데 이들 학생들을 손수 격려해 주실 생각은 없으신지. 나아가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교육을 통해 교육계의 창조 경제를 선도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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