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3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서 최동열 밀랍화전
이미 국내보다는 미국 뉴욕 화단에서 신 표현주의 계열의 화풍으로 주목 받은 그가 최근 주된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장르는 밀납화다.
일종의 납화(encaustic)로 10여년이 넘게 밀납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왔지만 이번 전시처럼 작업의 전체를 밀납으로 제작해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최동열 화백의 이번 전시회는 세계의 지붕이자 인류의 영산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산맥의 잔스카, 라다크, 안나푸르나를 직접 올라보고 접한 대상들을 화폭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그 작업의 고난도나 열정이 높이 평가된다.
작가는 세상사 모든 관계에 대한 관찰과 고뇌를 히말라야 트래킹을 통해 터득하면서 태고의 웅장하고 장엄한 자연의 섭리를 풀어내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화폭 속에는 대자연을 관조하는 여성의 누드를 그려 넣어 양분된 공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특히 밖에서 안을 보는 동양화의 전형적 구도에서 벗어나 안에서 밖을 보는 구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벽과 창에 가로막힌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누드가 작품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흔히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누드가 아닌 장엄한 산의 초상화를 대신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에로틱하다기보다 오히려 경외롭고 경건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의 이번 전시작품에서는 특이하게도 꽃이 많이 등장한다. 이전 작품에서 양귀비 꽃이 종종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사막에 핀 야생 장미가 그득하다. 그가 야생 장미를 찾아가는 자르코트의 길은 해발 3천m에 이르는 척박하고 외롭고 힘든 길이지만 아름답기 그지 없다고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혜택 중 하나는 사계절의 모습을 모두 한눈에 볼 수 있고 그대로 화폭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포인세티아, 장미 등이 설산을 배경으로 도도한 자세를 뽐내고 있는 것 자체가 신이 선사하는 한 폭의 그림이다. 특히 잔스카의 라다크 일대 사막을 지나다 발견한 야생 장미는 인간에게 강인한 생명력을 교훈으로 남겨 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자연 속에서 개인의 공간은 얼마 만큼인지, 개인이 자연과 함께 가야 하는지 아니면 자연을 통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갈등을 풀어낸 작품 5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