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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큰 교육, 내 꿈

등록일 2014-03-25 02:01 게재일 2014-03-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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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

이번 주 반딧불 도서관 주제는 `나의 롤 모델 찾기`다. 태풍은 바다를 뒤집음으로써 바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산자연학교 학생들은 매주 목요일 밤마다 독서 태풍이 돼 비록 작고 적은 도서관이지만 온 힘을 다해 서가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도서관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먼지 가득한 다른 학교 도서관들과는 달리 산자연학교 도서관은 먼지 앉을 새가 없다.

혹 책을 전시용으로 생각해 먼지의 밥이 되게 하는 독자분이 있다면, 혹 부피만 차지하고 있는 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독자분이 있다면, 아니면 도서관이 무용지물이 된 학교가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산자연학교로 전화하시라. 용기 있는 전화 한 통이 책도, 도서관도, 아이들도 모두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밖은 또 비다. 꽤 궂은비다. 우박 같기도 하고, 얼다만 눈 같기도 한 정체불명의 것들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마치 곧 있을 꽃 잔치를 위해 세상 모든 불공평을 깨부수기라도 하듯 세차게 내린다. 하지만 그 요란함도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잠자고 있던 위인들이 모처럼 세상 밖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 목요일 밤. 보일러 물길이 바쁘게 봄 길을 내는 도서관 바닥에 누워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대로가 사진이다.

책을 읽다말고 아이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 아이들을 지켜보던 필자의 입가에 봄 미소가 가득 피었다. 아이들의 토론이 시작 됐다. 토론 주제는 과학 발명품! 모두들 아이디어를 내기에 바쁘다. 도서관이 아니라 마치 연구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생이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학생들은 제시된 아이디어에 대해 진지하게 평을 한다. 그러면 아이디어를 낸 학생은 반론을 하고, 그것에 대해 또 다른 반론이 이뤄졌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정치판과는 차원이 다른 토론이다.

요즘 학교들은 디베이트 수업이다 뭐다 해서 형식적인 수업을 하느라 바쁘지만, 이 곳에는 형식적인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누가 시켜서 하는 토론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하는 토론은 그 자체가 흥(興)이다. “입안·입안교차질의·반박·반박교차질의·요약·전체교차질의·마지막 초점”과 같은 어렵고도 형식적인 토론 절차를 몰라도 우리 아이들은 수준 높은 토론을 잘만 한다. 아이들의 열띤 토론에 덩달아 바빠진 건 필자다.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모아지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자랑하기 위해 필자 앞으로 달려왔다. 몇 차례에 걸쳐 아이들은 파도가 되어 우르르 몰려왔다가 우르르 물러갔다.

아이들이 물러난 반대쪽을 보니 창원에서 전학 온 선호를 비롯한 한 그룹의 아이들이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아이들을 방해하기 싫어 조용히 가 보았다. 아이들은 `내 인생의 롤 모델을 찾고, 그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에 대해 써 보자는 오늘의 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선호 앞에 펼쳐진 책은 `빌게이츠`. 필자가 뒤에 있는 지도 모르고 열심히 쓰고 있던 선호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서가에 책을 꽂고 도서관 구석 책상으로 간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이라 아직 완전한 완전체가 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필자는 믿는다,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연의 품 안에서 우리 아이들은 더 넒은 자연이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님께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제발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되자고. 그리고 조급증을 내지 말자고. 글을 쓰고 있는 필자에게 필자의 꿈은 무엇인지 아이들이 물었다.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꿈은 너희들의 꿈이 모두 이루어지는 거란다” 아이들은 더 힘을 내어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필자의 꿈은 하나 더 있다.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똑 같이 지원을 받으며 더 큰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필자는 또 믿는다. 이 꿈 또한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리라는 것을. 혹 여러분의 꿈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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