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이란 영화에서 나오는 얘기다. 아르바이트생이 유오성에게 묻는다. “저 형님, 궁금한게 있는데요. 저기, 필드에서 다구 붙을 때요. 여럿이서 한꺼번에 덤비면 어떻게 하세요?” 무대포역으로 나오는 유오성은 이렇게 답한다. “음, 상대가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난 한놈만 패.”
아무리 많은 적이 달려들어도 한 놈만 골라 집중적으로 패면 나머지는 겁을 먹고 쉽게 달려들지 못하기 때문에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듯 하지만 사실은 게임이론 중 `또라이 전략`이다. 흔히 말하는 `벼랑끝 전술`의 일종이다.
약자도 강자를 일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비법이 바로 게임이론 중 벼랑끝 전술이다. 벼랑끝 전술이나 전략, 정책을 영어로는 위기 정책(brinkmanship)으로 표현한다. 주로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북한이 위기를 모면하는 방식을 일컫는 데, 이와 흡사한 말로는 배수진(背水陣)을 들수 있다. 물을 등지고 진용을 꾸린다는 것은 물러서지 않고,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택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벼랑 끝 전술은 타협해 모두 같이 잘되자는 윈윈(win-win) 전략보다는 제로섬(zerosum) 게임에 가깝다. 한마디로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가서 이득을 취하는 전술이다.
실제로 북한의 전력은 미국의 군사력에 비하면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다. 미국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북한은 싸우다가 죽든가 아니면 항복해서 포로가 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겨냥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군사적 도발을 일삼는다. 최근에는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전후해 3차례나 잇따라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군사적 긴장국면을 유발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아무리 강한 자라도 상대가 `미친 또라이`처럼 극단적으로 `벼랑끝에 선`사람처럼 굴면, 제압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단 주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재미를 본 적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약발이 다 돼가는 분위기다.
정치판에서도 벼랑끝 전술이 등장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제3지대 신당`창당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당과 정치공학적 선거연대는 없다”고 목청높여 외치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함으로써 6·4 지방선거가 3자구도에서 새누리당과 통합신당의 양자 대결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기초선거 `무공천`방침을 선언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공천폐지 공약 파기를 걸고넘어질 기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40%중반에 이르는 정당지지율에 비해 반토막도 안되는 10%초반대의 정당지지율로는 차기 대권창출이 어려운 만큼 새정치연합의 지지층 흡수를 위해 통합신당이 필요했을 것이고, 새정치연합 역시 지방선거에 내세울 인물영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창당작업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방선거 공천 폐지라는 정치개혁적 화두에 합의하면서 신당창당으로 선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벼랑끝 전술 얘기를 하다보니 80년대초 이른바 `오송회`사건으로 투옥돼 야만적인 고문과 옥고를 치렀던 이광웅 시인의 시비에 새겨진 시 `목숨을 걸고`가 연상된다.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시든, 연애를 하든, 교단에 서든,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시인의 말에 공감백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