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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거짓말

등록일 2014-02-25 02:01 게재일 2014-02-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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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우리는 하루에 40번 거짓말을 한다” 미국의 저명한 학자인 존 프란쯔의 말이다. 우리가 이처럼 많은 거짓말을 한다면 그 거짓말의 대부분은 예의상 하게되는 선의의 거짓말일 게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서로 곤란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거짓말도 있는 법이다.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솔직한 것은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를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독일 나치시대에 활동했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종교인으로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필요하다면 거짓말을 할 것입니다. 만약 히틀러에 대항하기 위해 누구와 공모를 했느냐는 신문을 받게 된다면 동지들의 생명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할 것입니다.” 그는 현명한 거짓말 덕분에 진실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어느 유태인 현자는 거짓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을 혐오하는 사람은 세상 전체를 혐오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안하는 사람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실을 사랑하는 세상 전체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진실한 구석이 없는 사람 또한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생을 살면서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용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이 결코 용인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탄핵된 이유는 워터게이트 도청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과 관련해서 닉슨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의 거짓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지방선거 공천폐지 문제를 놓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에게 “공약파기”,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정쟁용 발목잡기”라고 삿대질이 한창이다. 잘잘못을 따져봐야 할 `뜨거운 감자`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가 정치 쇄신안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는 6·4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선거의 정당 공천폐지 공약은 공약(空約)이 매듭지어 질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공천 유지 쪽으로 확실하게 돌아섰고, 공천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여당의 동참을 주장해오던 민주당 역시 공천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군축협상을 하다가 군축협상이 깨지면 우리만 무기를 파기해야 하느냐”하는 게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속내였다. 그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을 유지함으로써 후보들에게 기호 1번을 부여받는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자신들만 공천포기를 강행했을 때는 기호순에서 군소 정당 후보보다도 뒤로 밀려 당의 풀뿌리 조직이 흔들릴 것이라는 걱정이 더 컸을게다.

그런데 반전은 있다. 당시 정당공천 폐지를 함께 공약했던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했단다. 새정치연합을 이끌고 있는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정치의 근본인`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여당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상향식 공천이라는 동문서답을 내놓았다”면서 “대선공약조차 지키지 않았는데, 중앙당이나 지역구 의원의 영향력없이 진정한 상향공천을 이룬다는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보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약속의 정치, 신뢰의 정치는 이제 포기하시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대선공약 파기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에 대한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공약파기는 거짓말한 것 아닌가? 약속은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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