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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삶속 `물음` 줄 수있는 작품 원해”

연합뉴스
등록일 2014-02-05 02:01 게재일 2014-02-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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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상미 `은밀한 기쁨`으로 5년만에 연극무대 컴백
“특별히 재거나 고르는 편은 아닌데, 작품이 `운명`처럼 찾아옵니다. 저와 상반되는 캐릭터, 혹은 제 모습보다 더 큰 존재감을 지닌 캐릭터를 만나면 가슴이 뛰어요.” `은밀한 기쁨`으로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추상미(41)는 최근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배우`로서의 바쁜 스케줄에 잠시 쉼표를 찍고 그 자리에 `학생`과 `엄마`로서의 일정을 빼곡히 채웠다.

그는 2010년 중앙대 대학원에 입학해 영화 연출을 공부하며 늘 가지고 있던 창작에 대한 갈증을 채웠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두 편의 단편 영화가 전주영화제와 부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재 그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다. 그는 “엄마가 체질인 것 같다”며 웃었다. “아기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어요. 지금 25개월인데 나이 들어서 얻은 아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깊어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온종일 아이만 보고 있어도 좋아요. 결혼 전에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정말 많이 변했어요.” 하지만 이런 그가 요즘 “온종일 봐도 좋은” 아이를 친정어머니께 맡기고 향하는 곳은 `은밀한 기쁨`공연 준비가 한창인 대학로 연습실이다. 그만큼 그는 이 작품의 매력에 강하게 끌렸다고 한다.

영국 유명 극작가 데이비드 해어가 1988년 쓴 `은밀한 기쁨`은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적인 가치의 종말`을 맞은 영국 사회의 문제를 짚는 작품이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이 작품에 대해 “`인간`과 `인간다움`이라는 측면에서 1980년대의 영국 사회를 판단한 첫 번째 주요한 연극”이라고 평한 바 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다층적인 의미를 캐릭터 안에 녹여내 표현하는 작가의 재능이 놀랍게 느껴졌다”며 “작품이 당시 정치적인 내용을 반영하고 있어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신선한 충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상미가 맡은 `이사벨`은 도덕적이고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로, 죽은 아버지의 삶의 가치를 인정하며 알코올중독에 빠진 아버지의 새 아내 `캐서린`을 묵묵히 떠안는다. 환경부 차관인 언니 `마리온`, 성공한 기업가인 형부 `톰`과 가치관의 충돌과 혼란을 겪는 `이사벨`을 모습을 통해 극은 성공이나 돈 등의 가치가 정말 `숭배`돼도 괜찮은 것인지 관객에게 질문한다.

그는 `이사벨`에 대해 “양심에 따른 선한 가치, 고상한 가치를 추구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오던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본인도 끝까지 그 가치를 추구하는 캐릭터에요. 본인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도덕적 신념이 강해 `캐서린`을 책임지고 이 탓에 연인인 `어윈`과도 사이가 벌어져요. 하지만, 본인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죠. 가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가 지닐 수 있는 한계점도 잘 표현하고 싶어요.”이 작품을 무대화하는 김광보 연출과도 연극 `프루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남편인 배우 이석준도 현재 김광보 연출의 `스테디 레인`에 출연 중이라 그 인연이 더 재밌다.

그는 “오랫동안 헤어졌던 예술적 동지를 다시 만난 느낌”이라며 “(김 연출은) 배우의 연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격려, 문제 제기, 방향 제시를 해주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앞으로도 `재미`보다 `울림`이 있는 작품을 기다릴 계획이다. “코미디든 비극이든 장르를 떠나서 관객의 발걸음을 멈추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인지를 먼저 생각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요즘 사람들은 모터가 달린 것처럼 매일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잖아요. 그래도 한 번쯤 멈춰서는 그들을 환기시키고, 바쁜 삶 속에서 `물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살아보면 그런 작품이 또 `운명`처럼 찾아와줄 것이라 믿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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