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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연기보다는 망가지려 했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4-02-04 02:01 게재일 2014-02-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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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4` 주인공 역 열연한 정우
작년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마지막 촬영이 끝난 순간, 남자 주인공 정우(33)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뜬금없게도 촬영장의 `난로`를 끄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흥분하면 사고가 나기 쉽다는 생각에 그리했다는 정우는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와 포옹을 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눈물이 왈칵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과거를 돌아보는 그의 표정에는 극중 `쓰레기`가 지니고 있었던 진중함과 장난스러움이 모두 묻어나왔다.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응사`에서 남자 주인공 `쓰레기` 역할을 맡아 열연한 정우를 최근 서울 종로에서 만났다.

“일단 아무 사고 없이 드라마를 잘 끝낼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사실 아직 작품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아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마치 그 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응사`는 전국 팔도에서 상경한 지방 출신 대학생들이 신촌 하숙집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94학번 새내기의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등 당시 사회적 이슈를 다뤄 추억을 자극했다.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와 짜임새 있는 극적 구성이 흥미를 높이면서 신드롬을 낳았고 작년 말 최종회는 11.9%라는 최고 시청률을 거뒀다.

작품에서 남자 배우들은 본명이 아닌 `애칭`으로 불리웠는데 그의 이름은 다름 아닌 `쓰레기`. 처음 제안을 받고 놀랐을 것 같다.

“`에에?`하며 놀랐죠. 의아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잘못 연기하면 진짜 `쓰레기`라는 소리를 듣겠다는 생각도 했죠.(웃음) 그러고보니 쓰레기라는 단어의 이미지를 바꿔준 드라마가 아닌가 싶네요.”

그는 초반에는 충격적일 정도로 한없이 망가지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로맨틱하게 변하며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일단 멋있게 연기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상황 자체가 굉장히 멋진 캐릭터니까 연기는 망가져야 한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상황에 따라 보여지는 모습의 차이가 컸던 것 같아요.” 그는 “사실 쓰레기의 진지한 대사는 일상적인 대화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바보처럼 `으에~`하다가 갑자기 `마이 아프나`하면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며 “평소 너무 망가지니 평범할 때 멋있어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정우는 또 “사실 이우정 작가 누나는 `너에게 달렸다`, `너가 멋있게 나와야 한다`라고 자꾸 말씀하셨다”며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자리에 맞는 책임감을 느끼게 하려고 그리하셨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장면들을 물었다.

“우선 삼풍백화점 사고 이야기요.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어요.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는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나정이와의 첫 데이트와 프러포즈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정우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응사`로 뜨기 전까지는 결코 짧지 않은 `무명` 생활을 보냈다. 스스로도 `신인 아닌 신인`으로 십수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동트기 전이 제일 어둡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유치할 수 있는데 그런 말들이 제게 굉장히 큰 힘이 돼서 많이 되뇌었어요.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알아봐주시는 것이 처음이라 처음에 적응이 잘 안되고 부담스럽기도 했죠.”

최근 정우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바람`(2009)이 팬들의 요청으로 영화관에서 다시 상영되기도 했다. 신원호 PD가 `바람`을 보고 정우를 캐스팅했다고 하니 그에게는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의 영화다.

“팬들이 너무 고맙다. 그렇게 지난 영화를...이미 영화를 다들 보시고, 다시 스크린에서 봐주시는 것이잖아요. 정말 너무 감사드리죠.”

영화의 주인공이 꽤나 거친 모습을 보이기에 실제 정우도 학창시절 그랬냐 물으니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에 나온 그대로입니다.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웃음) 재미있었어요. 지금은 그냥 다 추억입니다. 그리울 때가 많아요. 집이 워낙 엄했죠. 일탈을 제가 주도한 것은 아니고 잘 휩쓸리는 친구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시나리오를 썼다. 내용상 `바람` 이후의 이야기”라며 “이번에도 좋은 분들을 만나서 영화로 제작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우에게 `응사`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역시나 `부산 사나이` 이미지에 어울리는 대답이 나왔다.

“`응사`는 `참 멋있는 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굉장히 멋있는 놈으로요. 좋은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 같은 존재 말이에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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