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이게 웬 날벼락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귀성행렬을 조류인플루엔자가 가로막고 나선 모양새다.
정부는 27일 새벽부터 경기도와 충청남북도, 대전시와 세종시에 12시간 동안 스탠드스틸을 재발령했다. 이는 전북 고창·부안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데 이어 인근 지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지난 19일 0시를 기해 전·남북, 광주 지역에 지난 2012년 2월 제도도입 이후 처음으로`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을 내린 데 이어 두번 째다.
원래 스탠드 스틸의 뜻은 정지나 멈춤을 뜻하는 말로, 무역분야에서는 현재의 자유화수준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무역장벽설치를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 번째 G20 정상회의에서 2010년 말까지 추가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지 말자는 뜻에서 제안했던 것으로, 1930년대 대공황 때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취한 보호무역 조치가 오히려 전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장기화시켰던 데서 교훈을 얻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물론 여기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위한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가금류와 축산 차량, 축산 인력의 이동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가리킨다.
스탠드 스틸 조치에도 한계는 있다. 가금류와 축산 차량, 축산 인력의 이동을 금지해도 철새로 인한 AI의 확산까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전북 고창에서 처음 AI가 발생한 지난 16일 이후 최대 21일로 알려져있는 AI 잠복기가 끝나지 않은 점도 AI확산 방지대책마련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라도 전역에 19일 0시부터 20일 자정까지 스탠드스틸을 발령했지만 AI로 폐사한 철새는 전북 동림저수지뿐 아니라 금강 하구에서도 발견됐다. 또 충남 서천의 종계장에서는 닭이 AI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역시 철새로 추정된다. AI의 최대 잠복기는 21일이므로 이론적으로 다음 달 6일까지는 이런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사례가 계속 나올 경우 스탠드스틸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스탠드스틸을 발동한 이유는 AI 전파를 막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철새에 의한 전파도 결국은 농가 안으로 사람이나 가축 차량이 바이러스를 옷 등에 묻혀 들어와야 한다”면서 “철새의 이동을 막을 수 없다면 농가에 출입하는 바이러스의 운반체를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AI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늦은 것도 정부가 스탠드스틸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지금부터라도 AI 확산을 막고, 소독에 힘쓸 경우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 발생지 중심으로 이뤄지는 방역은 AI를 사멸시키지 못하고, 확산을 억제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2010년 12월 발생한 AI는 다음해 설을 전후해 인구이동이 늘어나자 역대 최장기간인 139일동안 지속됐다. AI는 전파속도가 매우 빠른 게 특징이다. 2010년 AI 유행 당시 최초 발생 확인 이후 수도권으로 퍼지는데는 약 한 달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8일로 줄어 설 명절에 대 확산의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서해안 철새 이동경로 및 가금류 농장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며, 축산 농가에 일반인이 접근하는 것을 막고 매일 집중적으로 소독을 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스탠드스틸 조치를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니 큰 걱정이다. AI확산 방지를 위해 귀성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고향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얘기일게다. 방역당국의 철통같은 방역대책으로 AI확산 없는 설 명절이 되기를 소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