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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裸木)

등록일 2014-01-28 02:01 게재일 2014-01-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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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경 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내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 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운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겨울 숲의 나목들. 풍성한 성장(盛裝)을 벗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떨고 있다. 그러나 혼자서 외롭게 길고 긴, 엄한의 겨울밤을 건너가는 것은 아니다. 메마른 손 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몸통에서 흙 속의 뿌리에 까지 그 빛을 밀어내려서 말끔히 자신을 정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 살아가더라도 서로 부둥켜 안고 서로 위로하며 가난한 우리네 이웃들의 삶의 향기를 겨울 나목들에서 찾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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