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아직도 `게임의 룰`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6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화두다.
이미 새누리당은 기초의원 공천 폐지에 부정적 견해를 굳혀가는 대신 상향식 공천제와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제)`도입, 후보자 전과 공시제 등을 제안, 대선공약철회와 동시에 기선 제압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야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의원 공천 폐지를 지켜야 한다며 여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참여연령을 18세로 한 살 낮추고, 투표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기존보다 2시간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올들어 `게임의 룰`논란이 유달리 뜨거운 것은 예년의 지방선거와는 달리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우선 김범일 대구시장·염홍철 대전시장·김완주 전북지사 등 일부 광역현역 단체장들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도 차기 대권도전을 내세우며 사실상 3선 도전 포기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허남식 부산시장·박맹우 울산시장·박준영 전남지사는 `3선 연임 제한(4선 금지)`으로 선거에 나오지 못하게 됐다. 전체 광역단체 16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곳이 현직 프리미엄이 없는 선거를 예고하고 있으니 과열로 치달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추진중인 `신당`의 지지도가 제1 야당인 민주당보다 높게 나타난 것도 과열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의 룰`은 어느 한쪽에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해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누구의 해법이 옳다고 말하면 무엇하랴.
선거때마다 닥치는 `게임의 룰`논쟁을 보노라면 90년대초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게임의 법칙`을 떠올리게 된다. 게임의 법칙은 배우 박중훈을 명실상부한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영화로 이경영, 오연수가 주연으로 함께 나온 액션영화다. 폭력과 어둠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영화인 데, 홍콩 느와르를 방불케 하는 마지막 장면의 사실적인 폭력 묘사가 인상적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게 영화 포스터였는 데, 거기 쓰인 “삶은 단 한번의 게임”이란 문구가 압권이었다.
이 영화는 냉혹한 배신과 음모로 점철된 주먹세계를 묘사했지만 정치판의 변화무쌍함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이 기초선거 공천폐지에 소극적인 새누리당에 대해 직격탄을 날려 눈길을 끌고있다. 이 의원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과 함께한다는 정치를 말로만 하지 말고 공약한 대로 기초자치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여야가 공약한 기초자치 공천 폐지는 대국민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주류 친박계 지도부가 기초 공천 폐지 공약을 사실상 백지화하려는 상황에서 비주류 친이계의 좌장격이었던 이 의원이 제동을 건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 의원은 “당 지도부는 현행 제도를 내심 확정해놓은 것 같다. 여야 협상을 질질 끌다가 합의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현행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선언할 것”이라며 “국민들은 그 속임수를 잘 알고 있다”고 당 지도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민 다수가 공천이 가져오는 정치적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이유를 댄다는 것도 국민은 잘 알고 있다”면서 “눈앞에 이익을 쫓다가 낭패할 수 있다”고 새누리당의 속내를 들어 꼬집었다.
침묵하는 국민 다수의 속내를 그대로 읽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어쨌든 정치권이 오직 국민이 바라고 원하는 대로 `게임의 법칙`을 짜고, 실행하길 기대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