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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생활 요강

등록일 2014-01-16 02:01 게재일 2014-0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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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이제부터 이곳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제 생각을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대학원의 석사 및 박사 과정은 전문적인 연구 능력을 함양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모든 것은 이 공부,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학원에 일단 들어 왔으므로 이제까지의 과거는 일단 접어두고 학문의 연마를 중심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대학원도 물론 하나의 사회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연, 학연, 인연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저는 대학원만큼은 그런 낡은 관행을 벗고, 공부하는 사람답게 공부를 중심으로 사람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여러분이 자기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의미를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가지고 보수를 받으며 자기 실현을 맛볼 때 그 기회를 반납하고 공부를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비록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장학금을 비롯한 지원들도 충분치 못하지만, 여러분이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은 이 사회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사람들로서 자기 가치를 믿고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저는 우리가 자기 중심적인 편협성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부를 해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가 읽은 책, 축적한 지식, 쌓아올린 학문세계에 애착을 갖게 되고 그것을 믿고 의지하게 됩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를 때는 타인을 배척하고 자기 세계에 갇히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아의 편협성이야말로 우리 공부의 의의와 가치를 훼손시키는 독입니다. 우리는 공부하는 사람의 자긍심을 버리지 않되 타인의 생각, 타인의 경험이 나보다 언제나 나을 수 있다는 것, 또 타인과의 대화야말로 우리의 세계를 보편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치의식에 충실하되 그것을 바꿔나갈 수 있는 용기와 결단, 개방적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하는 공부가 근본적으로 인간 공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사람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고, 또 근본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사람들에 대해 경외감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탐구의 원천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우리 대학원생들이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깨와 가슴을 펴고도 예의를 지킬 수 있습니다. 대학원 역시 위계질서가 있는 곳임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진리, 진실은 세속적 힘을 상대화시킬 수 있는`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잊지 말고, 우리 자신의 공부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갑시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우리 자신에게 엄정한 사람이 됩시다. 갈등을 내가 먼저 푸는 사람들이 됩시다.

여기는 우리가 평생에 걸쳐 이어갈 관계를 쌓는 곳입니다. 서로를 위하며 함께 나아갑시다.

지금까지 쓴 것은 제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몇 년 동안 생각해 온 것들입니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그 생활에 임하는 기본적인 태도 같은 것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런 것 없이 새 출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나 학생들이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어떤 지침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어느 곳이나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지금은 아직 1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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