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나의 꿈이었던 앨범, 하나의 시작”
휴대전화에 담긴 녹음 파일을 재생하니 감미로운 목소리가 시원한 기타 반주와 함께 들려온다. 아침에 일정상 이동하다가 악상이 떠올라 차 안에서 기타를 치며 즉흥적으로 녹음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배우 유준상<사진>에게 음악은 뜻밖의 `사고`가 아닌 항상 곁에 머문 `일상`이었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주가를 높여온 유준상이 자신의 이력에 두터운 한 줄을 더했다. 바로 `가수`라는 이름이다.
오는 19일 자신의 첫 앨범 `주네스`(JUNES)를 발표하는 그를 최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앨범을 꿈꾼 지 오래됐어요. 고등학교 때 기타를 치면서부터 막연하게 `음반을 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죠. 그럴 때마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라며 단념했는데, 나이를 먹고 마음을 비우니까 노래가 제 안에서 흘러나왔어요. 본격적으로 곡을 모은 지는 3년 정도 됐네요.”
`주네스`는 일곱 곡으로 구성됐다. 전곡을 유준상이 직접 작사·작곡하고 노래도 불렀다. 데뷔를 앞둔 그룹 `타우린`의 멤버 이다연과 함께한 `그대에게 다가가는 순간`을 타이틀곡으로 삶과 사랑을 노래한 곡들이 가득하다.
뮤지컬로 다져진 그의 탄탄한 노래 실력은 잘 알려진 바다. 강렬한 장르를 택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감성적인 발라드다. 노래 제목 `사랑이 필요해` `아름다운 아름다운`에서 느껴지듯 전체적으로 말랑말랑하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에 그의 내레이션이 더해진 첫 곡 `27과33 그 해 여름사이`에서 그는 “세월이 흐른다 / 나도 같이 / 세상이 바뀐다 / 나도 같이 /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읊조린다.
“연기나 공연은 제가 작품 속의 인물이 되는 것이죠. 반면에 음악은 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대하는 제 마음은 사실 노래에 가까워요.”
그는 “떠오르는 악상을 기록하려 항상 몇 개씩 녹음기를 들고 다닌다”면서 “`이번 달은 음악 작업을 해볼까` 다짐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생활을 하면서, 다른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오랜 시간 노래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아내 홍은희와 두 아들이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악에 있어서도 그의 첫 번째 애청자이자 팬이었다.
“타이틀곡 `그대에게 다가가는 순간`은 아이들이 싸이 노래처럼 다 외워요. 차에서 항상 싸이 노래 틀어달라 했는데 지금은 제 노래로 바뀌었어요. 와이프는 이제 좀 그만 듣자고…(웃음). 그동안 `당신이 알아서 잘 할거라 믿는다`고만 했는데 `그대에게…`는 처음으로 좋다고 말해줬어요.”
그는 “모은 자작곡이 꽤 된다”며 다른 가수에게 주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사실 이미 `신인 감성 걸그룹`이 그의 음악으로 내년 데뷔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걱정은 없을까. 배우가 인지도를 이용해 섣불리 다른 분야에 발을 들이민다는 오해도 살 수 있다.
“앨범에 제작비를 많이 들이기보다는 저의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5년 가까이 오래 준비했어요. 제 꿈으로 향하는 시작이면서 관객과 소통하고픈 절실함도 담았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제 노래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유준상은 이 앨범이 꿈의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앨범은 하나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계속 음악을 만들어서 앨범 발표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저의 오랜 꿈이라는 점을 느끼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노래를 통해 많은 분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