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도된 황당한 내용이다.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쳤다. 시험문제는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였고 이에 적잖은 수의 학생들이 오답으로 `침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이 왜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 잘못 가르친 것은 결코 아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텔레비전 앞에 장시간 앉아 있고 텔레비전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CF 광고를 방영한다. 그런데 에이스 침대 TV 광고에 인기 탤런트 박상원씨가 나와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깊이 새겨들은 학생들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답을 썼던 것이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뇌신경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박상원씨가 말한 “침대는 과학입니다”란 광고 copy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침대`에서 잠을 자는 시간은 정말 놀랍고도 복잡다단한 뇌세포들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진정한 `과학`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서 미국 로체스터 의대병원의 연구자들은 뇌 속에 축적된 쓰레기를 제거하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알츠하이머와 같은 난치성 뇌질환을 치료하는 강력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난치성 뇌질환의 발생의 원인이 바로 글림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이켄 네더가드 교수는 “근본적으로 모든 신경퇴행성 질환은 세포 쓰레기의 축적과 연관된다. 어떻게 뇌 속의 글림프 시스템이 독성 쓰레기를 제거방법을 조절하는가를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난치성 뇌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몸에 축적된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관은 림프계이다. 그러나 림프계는 뇌 조직까지 확장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그동안 연구자들은 뇌가 어떻게 뇌 속에 노폐물을 처리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과학자들은 뇌에서 발생한 노폐물은 뇌세포에 의해서 재활용(Recycling)된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몸에서 중요한 뇌청소부 역할을 하는 글림프 시스템의 존재가 네더가드 교수 연구팀이 고안한 2광자(2 photon) 현미경 이미징 기술을 바탕으로 명확하게 증명된 것이다. 특히 이 글림프 시스템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 보다 잠을 자는 시간에 10배나 더 활발하게 작동하고 뇌 속의 노폐물 말끔하게 제거하여 알츠하이머병과 기타 신경질환을 유발하는 독소를 깨끗하게 청소해준다고 한다.
구약 성경에 시편 127편을 보면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는 구절이 나온다.
즉 수면 시간은 신(神)께서 사랑하는 우리에게 선물하신 귀중한 생리 작용의 시간이다.
우리가 정신 없이 잠자는 동안에도 우리의 두뇌는 깨어 있을 때만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험생들은 잠을 자는 동안 두뇌가 더욱 발달할 뿐 아니라 낮에 배운 지식과 기술을 밤에 자면서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간다.
우리가 밥도 먹고 반찬도 골고루 먹어야 하듯 잠에서 깨어 활동하는 것만큼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도 우리 몸에 무척이나 중요한 과학적 활동이다. 수학능력시험이 이제 15일 밖에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65만명의 수험생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과학`의 길을 꼭 선택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