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영화 `밤의 여왕`서 주인공 희주 역 맡아
“연기 인생 1막은 끝났어요. 하지만 이제 겨우 인생 2막이 펼쳐지는 걸요.”
지난 17일 개봉한 `밤의 여왕`에서 여주인공 희주 역을 맡은 김민정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다.
`밤의 여왕`은 소심한 남편이 아내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김민정은 한때 놀았다가 결혼 후 현모양처가 된 희주 역을 맡았다.
“희주는 다채로워요. 저라는 사람이 그리 단선적이진 않거든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단면적인 부분을 대중에게 많이 보인 것 같아요. 내 안에도 좀 더 다른 매력이 있는데, 그런 걸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 없었어요. 그렇게 목말라할 때 `밤의 여왕`을 만났어요. `이 영화 기회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돌이켜보면 그의 연기 인생은 무난한 편이었다. 톱으로서 주목을 받은 적도, 나락으로 떨어져 본 적도 없었다.
김민정은 여덟 살에 데뷔했다. `사춘기` `왕과 비` 등을 통해 대표적인 아역 스타로 맹활약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 덕택에 연기는 자연스레 그의 `길`로 굳어졌다. 대학에서도 연기를 전공했다.
무던히 아역 때를 벗고자 노력했다. 2000년대 초반 호평받았던 저예산 영화 `버스정류장`(2001)에선 일탈하는 여고생 역으로 시선을 끌었고, `음란선생`(2006)으로는 “고혹적인 섹시미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렇게 칭찬을 받기도, 때론 호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가끔 딴생각이 찾아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늘 연기였다.
“잘할 수 있는 게 떠올라야 말이죠. (웃음) 연기 이외에 제 열정을 모두 쏟을 게 없었어요. 이 일을 통해서 행복도 느끼지만 아픔도 느껴요. 연기는 삶에 대한 고민을 숙성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연기가 늘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 옆에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저도 덩달아 성장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을 때, 또 비슷한 이미지로만 소비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영화 `밤의 여왕`이 찾아왔다.
영화는 여주인공의 개인기를 곳곳에서 보여줘야 했다. `사랑과 전쟁`같은 익숙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댄스 실력, 1인 2역에 가까운 급격한 연기 변화, 액션에서 멜로로 갈아타는 장르 등을 통해 팔색조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희주를 잘 살려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욕도 해이하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희주의 모습도 구현해야 했어요. 원래 춤을 못 추지는 않지만 세 가지 종류의 춤도 소화했어야 했어요. 준비기간이 짧아서 아쉬웠죠.”
특히 로맨틱코미디는 이번이 처음.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도 즐거웠어요. 다른 장르의 영화를 할 때보다 저랑 더 친숙했어요. 깊숙한 멜로도 못해봤는데, `러브레터` 같은 멜로도 하고 싶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