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막내린 MBC `투윅스`서 애틋한 모성애 선보여
작품의 성과를 칭찬하자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 약간의 아쉬움과 깊은 만족감이 묻어난다. 자신에게 힘을 준 작품이기 때문일까. `투윅스`를 돌아보는 그의 이야기 마디마디 애정이 담겨 있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극 `투윅스`에서 여주인공 서인혜 역할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하선을 최근 을지로에서 만났다.
“투윅스를 찍으며 힐링이 됐어요. 인물에 몰입하는 법과 나를 지키며 보내주는 법을 배웠죠. 당시 내적으로 많이 우울하고 연기적으로도 고프던 상황이었는데, 서인혜라는 굉장히 좋은 캐릭터를 만난 거죠.”
그는 이어 “그동안 특히 버림받은 여자 역할을 못해봤다”며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 선배가 연기한 윤희같은 역할을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근처라도 가보는구나 생각해서 너무 기뻤다”고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16부작 `투윅스`는 살인 누명을 쓴 장태산(이준기 분)이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주 동안 벌이는 처절한 도주극을 그렸다. 작품은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받았다.
박하선은 태산의 옛 연인 서인혜를 연기했다. 자신을 버린 태산과의 사이에 낳은 딸 수진을 힘겹게 홀로 키우지만, 수진이 백혈병에 걸리면서 골수 이식 수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태산을 찾는다.
처음에는 태산을 원망하지만 진실이 밝혀지며 애정을 회복한다. 음모와 살인, 추적, 액션이 가득한 드라마에서 애절한 감정선 파트를 맡은 캐릭터다.
박하선은 작품을 통해 무엇보다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최근 고(故) 김광석의 노래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야`를 즐겨 들었다고 했는데, 노래 가사처럼 `어떤 초조함`에 둘러싸여 있던 그가 작품을 통해 여유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끝나고는 내 세계가 끝난 것 같고, 마치 다 보여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왜 연기하나` 생각도 들어서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투윅스를 통해 제가 성장한 것 같아요. 예전만큼 우울하지 않아요.”
방송에 앞선 지난 7월 제작 발표회에서 박하선은 `엄마` 연기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품이 끝난 지금은 어떨까.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것 같다.
그는 수진이만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는 듯 “`준기 아빠`와 수진이를 사이에 두고 기싸움이 있었다. 이게 양육권 싸움이구나 생각도 들었다(웃음)”면서 “수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으면 항상 중립이었는데, 나중에 내가 더 좋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뿌듯해했다.
투윅스는 마니아를 낳을 정도로 호평받았지만 같은 날 시작한 SBS `주군의 태양`이 관심을 끌며 시청률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박하선은 `만족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웰메이드`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첫 방송 보고 감독님께 `(시청률) 잘 나오면 좋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진인사대천명`이라 답하셨어요. 내가 욕심부렸구나 생각했죠. 이후에는 웰메이드라고 팬이나 언론이 평가해주셔서 계속 너무 좋았어요.”
드라마 `동이`와 시트콤 `하이킥`의 영향 때문인지 그는 착하거나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다. 로맨틱코미디나 멜로가 아닌 다른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지 않을까.
“호러물을 엄청 해보고 싶어요. 제가 서늘한 면도 있거든요.(웃음) 액션도 하고 싶고, 생각 없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성격 자체가 `리바이벌`을 좋아하지 않아요. 도태되면 안 돼요.”
단숨에 주목받은 것 같지만 그는 단역부터 시작해 짧지 않은 설움의 시절을 겪었다. 그의 표현으로 `닥치는 대로` 작품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휴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즐길 줄도 알아야 할 것 같단다.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고 싶을까.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인정하는 배우 말이죠. `같이 연기하고 싶다`, `무조건 같이 할래`라고 생각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네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서른이 넘었을 때 그런 모습이면 좋겠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