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깡철이`·`소원` 동시 개봉… KBS·SBS 드라마도 출연
국내 여배우 중에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가 또 있을까. 중년 들어 더 왕성하게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배우 김해숙(58) 얘기다.
말 그대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며 또래 여배우들은 물론, 더 어린 배우들까지 압도하며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 23일 영화 `소원` 언론·배급 시사회 뒤에는 기자들과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김해숙이 주요 화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주연이 아니어서 그의 출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꽤 중요한 비중의 역할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극중 아동성폭행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뒤 피해자인 주인공 아이 `소원`이를 비롯해 엄마, 아빠를 상담하고 치료해주는 소아정신과 의사 역할로 분했다. 그는 늘 그래왔듯 큰 표정 변화나 과장된 표현 없이도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배역을 묵직하게 소화해 드라마의 흐름을 살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는 10월 2일 개봉하는 이 영화 `소원`과 같은 날 그의 주연작인 `깡철이`가 동시에 개봉한다는 것이다. 스크린에서 그가 비중 있게 출연한 두 작품이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깡철이`에서 그는 유아인이 연기하는 주인공 `강철`의 엄마 `순이` 역을 맡았다. 그동안 많이 연기해온 전통적인 어머니 상이 아니라, 다소 철부지 같고 동네방네 사고만 치고 다니지만 아들에게 친구 같은 다정한 엄마를 연기했다. 그동안 주로 보여준 강인하고 단단한 모성에서 조금 벗어나 `귀여운`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이 작품은 통상 배역의 비중으로 이름을 올리는 배우 이름 순서에서 오랜만에 그가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본인이 결코 원치는 않았겠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촬영한 `깡철이`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촬영한 `소원`이 각각 다른 투자배급사의 개봉 전략에 따라 오는 10월2일 나란히 개봉하게 됐다.
게다가 두 영화가 국내 투자배급사 규모로 1-2위인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올가을 대표작으로 맞붙는다.
이런 상황은 다작을 하는 배우들에게 종종 있는 일이지만, 김해숙이 더욱 돋보이는 건 그의 활약이 스크린뿐 아니라 안방극장까지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달 초 방영되기 시작한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 이어 SBS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왕가네 식구들`에서 그는 대가족의 엄마로 핵심 역할을 맡았는데,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가 화제를 몰고 있다. 자신의 속물적인 욕망을 드러내며 돈을 많이 주는 자식과 적게 주는 자식을 심하게 차별 대우하는 엄마를 연기하고 있다.
23일 첫 선을 보인 `수상한 가정부`에서도 그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단발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직업소개소 소장 역으로 나와 주인공 `박복녀`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드라마의 복선을 깔았다.
그는 지난해 영화 `도둑들`에서도 강렬한 중년 멜로를 선보이며 `1천300만 흥행`에 일조했다. 지난 7월엔 안방극장에서 열풍을 일으킨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도 특별출연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게다가 배우로서 그의 열정이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는 점도 대중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또 영화 `박쥐`나 `무방비도시`에서처럼 악역이든 범죄자 역이든 가리지 않으면서 국내 어느 여배우도 가지 않은 독보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은 후배 여배우들에게 귀감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