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영화 `관상`서 코믹 연기로 송강호와 환상 호흡
배우 조정석(33·사진)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소박하지만 큰 꿈”이라면서 이렇게 답했다.
`뮤지컬 배우`란 타이틀을 떼고 `배우`로 거듭난 지 불과 2년. 영화 3편, TV드라마 3편이 필모그래피의 전부지만, 배우로서의 목표를 또박또박 얘기하는 눈빛은 아주 야무졌다. 게다가 그가 지금껏 보여준 연기는 그 꿈이 충분히 실현 가능할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 기대감은 더 커진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의 조연 `납뜩이`로 혜성같이 나타난 그는 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작품 `관상`(11일 개봉)으로 다시 관객들을 깜짝 놀래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배우 조정석을 지난 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한재림 감독님이 `건축학개론`을 보시고 러브콜 해주셨는데, 저는 한재림 감독님 작품을 다 좋아하거든요. `우아한 세계`는 여섯 번을 봤고 `연애의 목적`은 세 번쯤 봤어요. `우아한 세계`의 몇몇 장면은 줄줄 외우고 있는데, 송강호 선배님의 대사와 연기를 똑같이 보여드리니까 감독님도 놀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는 `우아한 세계` 속 송강호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의 송강호 성대모사는 그야말로 `싱크로율 100%`였다.
“한재림 감독님에 송강호 선배가 한다고 하니까 저한텐 난리가 난 거죠. 이건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시나리오까지 엄청 좋은 거예요. 큰 행운이죠.”
이 영화에서 그는 송강호가 연기하는 주인공 `내경`의 처남 `팽헌` 역을 맡았다. 처남-매부 사이라고 하지만, 극중 두 사람은 혈육보다 더 가까운 관계를 보여준다. 팽헌은 내경과 늘 붙어다니며 예기치 않은 역사의 격랑에 함께 휩쓸리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송강호와 조정석의 연기 앙상블이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연기를 하는 송강호의 옆에서 조정석은 그보다 더 `살아있는` 연기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지금껏 송강호와 이 정도의 찰떡궁합을 보여준 배우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특히 두 사람이 기방에서 술에 취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감독님이 춤을 한번 춰보자고 하셨는데, 혼자 참신한 춤이 없을까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강호 선배가 `저거 좋다`고 한 번 해보자고 해서 그런 춤이 나온 거예요. 조선시대 춤들은 좀 정적인 게 있는데, 그런 걸 깨보고 싶었고 전형적인 호흡이 아니라 신선한 호흡이 관객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춤이에요.”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가 납뜩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는 얘기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많은 분들이 납뜩이랑 비교를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전 연기하면서 납뜩이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 역할에만 오로지 집중했죠.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코미디를 한다 해도 그 작품 안의 캐릭터로 할 거예요. `팽헌`은 좀 더 구수하고 그 당시에 진짜 살았을 것 같은 인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굳이 사극 말투로 `뭐뭐 하시오`라고 하지 않았고 나름의 상상력으로 유추해서 표현해본 거예요.”
원래 그렇게 사람들을 잘 웃기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저는 되게 진지해요. 즐겁고 유쾌한 걸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 막 남들을 웃기는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데, 그 평범함을 연기에 넣고 싶진 않고, 전형적이거나 이전에 많이 보인 캐릭터를 연기하면 안 되니까 참신한 호흡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요. 길을 가면서 특이한 사람을 보면 유심히 관찰해서 그걸 머릿속에 갖고 있죠. 애드리브 연기도 그런 관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최근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이후에는 중장년 팬들도 많이 생겼다.
“주말 드라마를 하고 나니까 어머님, 아버님들이 굉장히 많이 알아봐 주세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의 연령층이 넓어져서 뿌듯해요. 소녀 팬이요? 소녀 팬들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는데요(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