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너목들`서 차관우 역 열연했던 윤상현
올해 여름 가장 큰 인기를 끈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극에 탄탄한 안정감을 불어넣은 캐릭터는 분명 국선전담변호사 `차관우`였다.
극의 고비마다 다른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차관우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 배우 윤상현을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출연을 결정할 당시에는 착한 역할, 재미있는 역할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측면이 있어서 악역을 해보려 했어요. 그런데 드라마 대본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초능력자가 좋았지만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는 없었다(웃음)”며 “차관우는 내 나이대와도 맞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할이 백퍼센트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강조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이보영)과 차관우(윤상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박수하(이종석)가 만드는 법정 로맨스 판타지다.
지난 6월 초 전국 시청률 7.7%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18.8%를 기록, 경쟁작들을 크게 앞서며 동 시간대 1위를 지켰다. 최고 시청률은 지난달 25일 기록한 24.1%였다.
차관우는 처음에는 고지식하고 촌스러운 인물로 소개된다. 하지만 극의 전개와 함께 순수하고 따스한 내면의 진가가 발휘되면서 여주인공과 연인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특히 그의 변론 장면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사회적 약자의 변호를 주로 맡은 그는 청력에 장애가 있는 피고인을 위해 법정에서 수화를 사용하기도 하고, 생계형 피고인을 위해 폐지를 법정에 등장시키기도 한다.
“차관우가 어려운 분들 변호하는 장면에 시청자께서 많이 공감해주신 부분이 제일 뿌듯해요. 감동받으셨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국선전담변호사가 어떤 직업인지, 어떤 변호사가 진짜 변호사인지 차관우가 보여준 것 같아요” 그는 “드라마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정말 이런 변호사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구체적으로 변호사가 어떠한 임무를 지니고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배웠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대성공을 거두고 그의 연기도 호평받았지만 캐릭터가 중간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면서 `불만`을 드러낸 팬들도 있었다.
바로 연인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악당의 변호를 맡은 것. 이 선택으로 그는 사랑을 잃고 중심 `러브 라인`에서 이탈하게 된다. 아쉬움도 클 것 같다.
“내 역할로 다른 배우가 빛나면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차관우가 민준국(정웅인)을 변호하면서 사건의 큰 전개가 이뤄졌잖아요. 나쁘게 말하면 희생양이 됐지만 배우는 그런 부분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차관우 캐릭터로 혜성, 수하, 민준국까지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뿌듯한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만약 실제 그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죽어도 변호 안 하죠. 나라면 사랑하는 여자를 택했을 거예요. 연기였지만 아직도 후회가 되네요. 어머니도 왜 변호를 맡았냐고 물으실 정도였어요.(웃음)”
그는 그러면서도 “차관우의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선택의 이유가 더 세밀하게 표현되면 어땠을까 조금 아쉽긴 하다”고 덧붙였다.
윤상현은 그동안 때로는 짓궂지만, 기본적으로는 착하고 순수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거기에 짝사랑도 빠질 수 없다. `너목들`은 물론 앞선 `내조의 여왕`의 태준, `시크릿가든`의 오스카도 그렇다. 변신을 원할 것도 같다.
“이제는 나쁜남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다시는 착한 역할은 안 하려고요. 그리고 본의 아니게 짝사랑한 역할이 많아요. 먼발치에서 촉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런 연기요. 이제 짝사랑 전문배우도 그만 해야죠.(웃음)”
변신을 원하는 그이지만 기자가 “한결같다”고 평하자 “기분 좋다”고 말한다.
“성격이 변하지 않는 점은 자부심이 있어요. 연기를 늦게 시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스타가 되면서 변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무섭더라고요. 종석이에게도 항상 `변하지 말아라`라고 해요. 변치않고 이대로 오래오래 연기하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