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3곳 시범시행 `보호자 없는 병원` 현실성 없어<br>지방 구직자 없어 안동의료원 등 축소 운영<Br>“정부서 채용해 파견해야” 대안 필요성 지적
【안동】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13개 병원을 선발해 6개월에서 1년 한시적 시범사업으로 시행중인 `보호자 없는 병원`, 포괄간호시스템이 힘든 근무여건으로 간호인력 확보가 어려워 축소 운영되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최근 핵가족화와 고령화, 여성 사회진출 증가 등으로 환자가 병원에 장기간 입원할 경우 경제적 압박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수 없거나 돌봐줄 가족이 없을 때 간호사가 간병인의 역할까지 전담하는 제도다.
현재 참여중인 병원은 안동의료원, 인하대병원, 건보공단일산병원, 서울의료원, 삼육서울병원, 청주의료원 등 전국 13곳으로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운영중인 안동의료원의 경우 지난 4월 `보호자 없는 병원`에 공모할 당시 2병동 112병상을 계획했지만, 현재 1개 병동, 13개 병상으로 대폭 줄여 간호사 8명과 조무사 1명을 각각 배치했다. 이마저도 신규채용보다 기존 의료원 인력이 절반 이상이다.
문제는 간병인의 역할까지 수행할 간호 인력 확보다. 안동의료원은 홈페이지나 취업사이트 등에 모집공고를 수시로 내고 있지만 6개월 계약직으로 3교대 근무에다 간병인 역할까지 맡으려는 구직자를 찾기는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방병원의 경우 경기·수도권과의 임금차이, 요양병원의 증가 등으로 간호인력이 빠져나가 더욱 간호사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안동의료원 관계자는 “지방 특성상 일반 간호인력 조차 귀하신 몸이 된지 오래”라며 “차라리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간호인력을 채용해 각 병원에 파견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병원 거의가 비슷하다. 청주의료원의 경우에도 1병동 42병실을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운영하기로 했지만, 고작 간호사 2명과 조무사 3명이 근무 중이다. 여기에다 간호인력을 확보했더라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는 경우도 잦다.
간호사 김모(26·여)씨는 “분명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이긴 하지만 3교대근무에 간병인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강한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약 20~3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고 과연 누가 그 일을 장기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지역 의료계 한 전문가는 “현실성 있는 정신적·물질적 등의 대우가 있어야 하고, 이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인프라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사업 시행 병원도 기존의 인력 배치 등으로 지원금만 타내려는 생각을 버리고 더욱 적극적인 인력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보호자 없는 병원` 운영을 위해 인건비와 병동개선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각 병원이 인력을 채용하거나 병동시설을 개선한 다음, 소요된 비용을 청구하는 식의 방법으로 지원된다.
/권기웅기자 pressk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