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경제학` 실비아 나사르 지음 반비 펴냄, 816쪽
이 책에서 실비아 나사르는 인간이 자신의 경제적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이는 불과 200여 년 전에 태어난 생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제학이 있었다. 그 전의 경제학이 고된 노동을 통해 보잘것없는 결실을 얻는 인간의 운명을 묘사하는 “암울한 과학”(토머스 칼라일의 말)이었다면, 19세기 드디어 경제학은 `주인 되는 도구`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 생각은 빅토리아 시대 디킨스의 런던에서 처음으로 잉태되고, 1차대전 직전의 황금기에 태어났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전체주의 정권의 부상과, 대공황에 도전받았고, 2차대전 이후 두번째 황금기에 되살아나 현대 세계 경제를을 만들어냈다. 인류가 경제적 필연성이라는 주어진 밥상을 걷어찰 수도 있다는 이런 생각은 너무도 낯설고 생소한 것이어서 18세기 후반 제인 오스틴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당시 전형적인 영국 사람이란 로마 시대 노예보다 살림이 나을 바 없는 농장 노동자를 의미했다. 물론 자신의 형편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가당치도 않았다.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1756년에 당시의 통념을 이렇게 글로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이 죽은 지 50년도 안 돼 세계는 생활 수준이 사회 구성원 전반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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