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포항의 사랑그리다 벽화봉사단은 죽도동 자원봉사대와 함께 죽도초등학교 뒷 담장에 폭 1.2m, 길이 170m의 벽화를 그렸다. 한·미 대학생 교류단 40여명도 함께 벽화작업에 참여했다. 사랑 그리다 벽화봉사단김헌국 단장은 한·미 대학생 교류단이 포항을 방문하는데 벽화작업으로 도심에 봉사할 곳이 없겠냐는 제안에 죽도초등학교 뒷 담장을 추천했다. 필자도 벽화봉사단의 단원이다.
사랑그리다 벽화봉사단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벽화사업을 해 오고 있다. 인력은 단원들이다. 예산도 단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새롭게 단장된 곳은 양학동지역 아동센터 담장, 환호동해맞이 지역 아동센터 옹벽과 간판제작, 죽도동 어린이공원 담장 등 모두 6곳을 올해 상반기에 이뤄냈다.
죽도초등학교는 주간선 도로와 보조간선도로를 끼고 있는 포항시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이다. 많은 주민들이 학교 미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건물의 도색은 학교를 아름답게 변모시켰다. 하지만 학교뒤편 담장은 수년째 흘러내린 빗물과 담장역할을 하고 있는측백나무와 엉켜서 회색조차도 없어진 거무틱틱한 색깔로 변색되어 있었다. 이 벽면이 화려한 튤립 꽃, 피아노 건반, 오선지위의 음표, 알파벳문자, 가나다라 문자, 바다 속 풍경 등 6가지테마를 그려 넣었다. 학생들과 주민들은 너무 화려하고 아름답게 변했다며 좋아했다.
벽화의 역사는 200만 년 전부터 시작됐으나 오늘날과 같은 도시화된 공간 속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시기는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접어들기 시작한 때이다. 실내공간에서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에 비해 도시벽화는 외부 노출된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전체를 대상으로 제작되므로 도시의 기본계획이나 도시환경에 조화가 이뤄져야 하며 그림을 통한 사회참여문제 사이에서 시작하게 된다. 1920년 초 멕시코에서는 사회개혁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반발로 대벽화운동이 전개된다. 여기서 미술은 기존의 캔버스를 벗어난 도시공간속에 직접 참여해야하는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이 벽화운동은 미국의 경제 대공황기를 벗어나고자 추진되었던 뉴딜벽화운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1980년에 들어오면서 도시개발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벽화에 관심이 시작되었으며 도시의 시각적 환경 개선을 위한 환경벽화가 시작되어 지금은 빌딩은 물론 공원, 공공시설담장, 공장, 지하철 등 어디에서나 벽화를 접할 수 있다.
이제 벽화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유행을 창조하며 예전과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 면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집 담벼락은 물론 높은 건물 한 쪽 벽면을 채운 대형화된 벽화는 전 세계의 도심지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벽화는 단순한 주변의 미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교훈과 시대상을 담은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아무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바로 도시벽화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울산의 신화마을은 옛 포경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옆에 위치한 고래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이 마을은 울산의 도심인 남구 삼산동에서 차로 5분 거리이다. 1980년대 중반이후 급격히 쇠락해 주민들이 빠져나가면서 도심공동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2010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울산의 미술인을 중심으로 마을 벽화 그리기 작업을 통해 예술마을로 탈바꿈 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예술인촌 조성작업도 진행 중이다. 경남 통영의 경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사가 있는 언덕길에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그 언덕에 통영의 젊은 화가들이 통영의 개성을 벽화에 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가장 저렴한 돈으로 예술가의 창작능력의 힘으로 어두웠던 골목길이 밝고 활기찬 동네로 변한 것이다.
이처럼 수십억의 예산이 투입되지 않더라도 지역의 봉사단체와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도시벽화는 아름답고 청결한 도시미관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