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국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 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는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 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어느 날 물푸레나무숲에서 잠들었던 시인이 문득 깨어나 새벽에 느낀 숲의 생명들과 작두날 같이 살벌한 세상의 일들을 대비시킨 체험이 묻어나는 시이다. 우주의 모든 것 위에 군림하려는 인간, 그 인간 중심주의에 대해 시퍼런 비수를 들이대는 시인의 시정신이 푸르고 단호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