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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엄마`… 7편 단편 묶어 출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7-12 00:45 게재일 2013-07-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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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도 아시다시피`  천운영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78쪽
2000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단편 바늘이 당선돼 등단한 이래 섬뜩하면서도 관능적인 미학적 단편들과 면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강렬한 서사와 탄탄한 문장의 장편들을 발표해온 작가 천운영의 네번째 소설집 `엄마도 아시다시피`(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두번째 장편소설 `생강`(2011) 이후 2년 만에,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2008)을 펴낸 지 5년 만에 선봬는 작품으로 2012년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된 `엄마도 아시다시피`를 비롯한 총 7편의 단편을 묶었다.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엄마(모성)`로 명쾌하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엄마와 여자들의 이야기를 비껴간다. 마음이 하는 일이 매양 그러하듯, 모성 그리고 감정의 복잡다단한 면들을 표출하는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바닥끝까지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욕망, 결핍과 분리불안, 질투와 배신에서 비롯된 일그러진 모녀, 모자, 유사 자매, 반려동물과의 관계 탐색은 곧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학관계를 상기하고 상처의 극복과 치유, 회복과 성장의 열쇠를 쥔 트라우마 들을 들쑤시며 소설을 읽는 내내 오랜 여운과 깊은 멍울을 남긴다.

소설 `남은 교육`은 삼십대 중반의 싱글이자 작가인 딸이 사사건건 간섭하고 조정하려드는 엄마와 불편한 동거에 들어간 순간 꽃무늬 접시 세트가 깨지는 요란한 소리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딸을 향한 엄마의 매몰차고 새된 비난과 질타, 욕설과 저주는 일순간 이들 모녀의 관계를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의 구도로 몰아간다.

결정적인 순간에 드라마틱한 발작 증세를 보이며 종국엔 승리자로 자임하는 엄마 앞에서 딸이 고개를 수그리는 것처럼 여자의 연애 역시 순탄치 않다. 모멸감과 배신감으로 몸서리치는 여자가 결국 돌아가는 곳은 천박하고 심술과 억지로 가득 찬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집, 여자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엄마의 품안이다.

반면 어린 시절 생존을 위해 핫도그 먹기 대회 챔피언을 갱신하다 죽은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노년이 될 때까지 떨쳐내지 못하고 동물 해부에 관심을 갖게 된 한 어류 전문 박제사의 이야기인 `유리입술`과 팔십오 세의 노모를 잃은 늙은 장남의 강한 애착과 사모곡을 그린 `엄마도 아시다시피`도 함께 수록돼 있다.

이 두 작품은 “모든 인간이 부모로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식으로 태어나 자식으로 죽어간다는 명백한 사실”(조연정, 문학평론가)을 우리에게 환기하는 한편 “다양한 형태로 엄마가 되지 않은 여자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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