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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고`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7-12 00:45 게재일 2013-07-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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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울리는, 사람같은 고릴라 야구선수
스크린 위의 고릴라가 CG(컴퓨터그래픽)로 만들어진 `그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보다 보면 어느새 빠져든다.

한국영화 최초로 CG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대를 모은 `미스터 고`는 컴퓨터 기술로 창조해낸 캐릭터를 살아 숨쉬는 존재로 믿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선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뭔가를 말하는 듯한 고릴라의 눈동자와 표정은 사람 같은 친구로 느끼게 한다. 이 고릴라가 결국 관객을 웃기고 가슴 찡하게 하는 주연배우로서의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전작 `미녀를 괴로워`, `국가대표`에서 보여줬던 김용화 감독 특유의 코미디 감각도 여전하다. 주연배우 성동일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비롯해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조연 배우들의 감초 같은 연기가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다만, 이야기 안에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절정에서 눈물을 쏙 빼놓곤 했던 드라마의 파고가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다소 약한 느낌이다.

영화는 특히 한국영화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영화 최초로 전체를 3D로 촬영한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3D 영화들에 비해 어색하거나 피로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링링이 친 공이 정면으로 날아오는 장면들에서는 순간적으로 공을 피해야 할 것처럼 움찔하게 할 정도다.

고릴라 얼굴의 생생한 움직임과 수만 가닥 털을 한 올 한 올 살려낸 CG 기술도 빛난다.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에서는 이따금 애니메이션 같은 이물감도 들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편이다.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들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만 230억원이 든 대작으로 중국 영화사에서 50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오는 17일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중국의 5천여개 3D 상영관을 비롯해 아시아 10여 개국에서 대규모로 개봉한다.

상영시간 132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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