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듣고 매우 신선했죠”
15세의 어린 나이에 서커스단을 이끄는 그는 위기에 처한 서커스단을 구하려고 아는 이 하나 없는 한국을 찾는다. 그가 믿는 것은 자기 자신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고릴라 링링뿐이다.
웨이웨이를 연기한 중국 배우 쉬자오(徐嬌·16) 역시 영화를 위해 낯선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작년 2월부터 8개월간 어머니와 한국에 머물며 웨이웨이로 살았다.
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중국 전통 의상 차림에 밝은 표정이었다.
전날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는 쉬자오는 “영화가 아주 좋았다”며 뿌듯한 기색이었다.
이국땅에서 낯선 언어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만큼 보람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 고`에서 쉬자오는 대사의 절반가량을 한국어로 연기했다. 영화를 위해 촬영 2~3개월 전부터 한국어를 배운 그는 영화 속에서 그리 어색하지 않은 한국어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외국어로는 어떻게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감독님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지도해 주셔서 그대로 따라 했어요. 감독님이 처음에 `지금까지 했던 모든 캐릭터는 잊어라. 한 번도 연기를 안 해본 것처럼 임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시면서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볼 때 감독님은 연기력을 타고났어요. 그런 감독님의 말씀을 따라서 잘 된 것 같아요.(웃음)”
영화에서 고릴라 링링은 3D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곧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볼 수 없는 상대 배우를 만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쉬자오 역시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대상으로 연기해야 했다.
그는 “촬영 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모양을 파악했고, 실제 촬영을 할 때는 대역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괜찮았다”며 웃어보였다.
그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실제` 배우는 성동일이다. 성동일이 연기한 프로야구 에이전트 성충수는 거액의 계약금을 미끼로 고릴라 링링을 한국 프로야구로 끌어들인다.
쉬자오는 성동일을 두고 “유머러스하고 익살스러운 배우”라며 “함께 연기하면서 유머러스하고 감정을 극대화하는 연기를 배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웨이웨이와 닮은 점을 묻자 “강인한 부분이 닮았다”며 “웨이웨이처럼 책임감이 있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꼭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실제 그는 웨이웨이가 저글링을 잘하는 설정 탓에 저글링을 2개월간 배웠고, 한국에 머물며 간단한 회화도 익혔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묻는 말에 또렷한 발음의 `순두부찌개`라는 답이 돌아올 정도다.
그는 “연기를 할 때는 평소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를 해 볼 수 있어서 좋다”며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미스터 고`와 인연이 시작된 것은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였다. 당시 영화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그는 중국 제작사 화이브라더스의 소개로 김용화 감독을 처음 만났다.
그는 “영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릴라 하면 많은 사람이 무서워하는데 영화 속 링링은 온순하고 사람과 교류할 줄 아는 고릴라예요. 전혀 무섭지 않아요. 감독님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혜로운 고릴라를 만드신 것 같아요.”
중국 제작사가 참여한 `미스터 고`는 곧 중국 전역에서도 개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