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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과 도시농업

등록일 2013-07-11 00:04 게재일 2013-07-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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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국 포항대 겸임교수·세무부동산계열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선배로부터 운영 중인 텃밭에 놀러 오라는 전화를 여러 번 받고 지난주 토요일 그 텃밭에 방문했다. 선배는 농생명회사를 경영하는 농학박사이다. 포항근교 대학에 출강도 한다. 텃밭의 위치는 포항에서 공동주택과 함께 토지구획정리사업이 가장 먼저 이루어진 두호동 산호녹원아파트 북동쪽 산들과 전답이 혼재된 곳이다. 텃밭이라고 해서 작은면적에 농사를 짓겠지라는 생각으로 도착한 입구에는 포항농업대학 도시농업반 실습장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포항시 도시농업연구회라고 쓰여져 있었다. 고추, 오이, 들깨, 상추, 토마토, 파, 감자, 옥수수, 케일 등 다양한 채소가 짙은 녹색을 자랑하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눈으로 어림잡아도 3000㎡는 넘어 보였다. 전체면적에 10㎡ 크기로 나눠서 개인이 재배하고 있다는 표시로 각각의 번호판이 100여개 넘게 박혀 있었다.

공유지인 이 토지는 작년까지만 해도 인근아파트 주민들이 무질서하게 농사를 지어 왔으며 생활 쓰레기와 뒤엉켜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곳 이라고 했다. 이 지역을 도시농업연구회가 만들어지면서 당국에 사용허가를 받아 텃밭으로 시민들 상대로 공개 추첨을 통해 분양을 했으며 그변화된 모습이 지금의 텃밭이라고 선배는 말했다.

토요일 오후라서 텃밭에 사람들로 활기찼다.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부부도 보였고 조용히 앉아 작물의 생육상태를 보는 중년부부도 보였다. 저녁 반찬거리를 하러온 소쿠리를 든 아주머니도 보였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다. 에너지를 소비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 정서적안정을 꾀하기도 한다. 아파트 복도와 엘리베이트에서 이웃을 만나면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텃밭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다. 생명을 가꾸는 마음에서 묻어 나온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늘 자연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그것도 생명을 키우는 자연체험을 말한다. 최근 포항에서도 아파트단지 옆에 붙어있는 짜투리땅이나 공원으로 지정된 산자락과 도심내 놀고있는 빈땅을 텃밭으로 일궈 농사짓는 모습은 낯선 모습이 아니다. 가꾸는 작물은 대부분 채소이다. 그 모습을 보면 초보자가 재배한 것은 영양상태나 자라는 것이 부실한 것도 있지만 제법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경험자의 것도 있다. 그러나 양은 많지 않지만 안전하게 길러서 먹고 싶은 소박한 욕심은 모두 다 가지고 있다.

도심건물의 옥상에 상자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재배 하고 있는 도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유치원 옥상에 자연학습장을 만들어 꽃과 채소의 변화모습을 가르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농업 인구는 70만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농업이 도시민의 생활로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도시근교에서 만들어 지던 텃밭이 어느새 도심 곳곳에 들어왔다. 텃밭이 공간개념이 사라지면서 도심 곳곳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도시농업이 활성화가 기대되는 이유는 도시농업 관련 법령이나 지자체 조례 제정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 두호동에 장소를 두고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도시농업연구회의 텃밭 준수 사항을 소개해 보면 화학농약, 화학비료, 비닐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으로 재배하고, 퇴비화 할 수 없는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간다는 것과 주2회 이상 텃밭관리를 해야 하며 이웃에 피해를 주는 작물은 재배하지 않는다는 규약을 정해놓고 있다. 또 텃밭 이용자간에 반갑게 인사하고 자치운영회에 적극 참여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제 포항에서도 제대로된 도시농업이 시작되었다. 순수한 주민 자치형태의 도시농업이다. 포항시는 시민들이 도시농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토지를 찾아주는 일을 해야할 것이다. 공원부지에서도 허가를 받고 도시농업을 할 수 있는 조례 제정도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작된 도시농업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시작한 도시농업을 단순한 먹거리를 창출한다기 보다는 일상의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우리의 도시는 보다 건강한 도시로 발전될 것이다. 그 텃밭을 지금 시작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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