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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역, 슬슬 겁나지만 내겐 원동력”

등록일 2013-07-08 00:30 게재일 2013-07-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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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숙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서 강렬한 모성애 연기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을 사랑하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대명사는 `엄마`가 아닐까요. 이 점은 인륜상 모두의 마음에 남아있는 거죠. 이 때문에 모든 드라마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엄마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달 27일 전파를 탄 SBS TV 수목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 8화.

어머니 어춘심은 딸의 원수인 것도 모른채 직원으로 따뜻하게 맞아준 흉악범의 손에 눈을 감았다. 휴대전화 너머로 딸을 향해 “미워하지 말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영화도 아닌 TV 드라마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이 장면은 행여나 남은 딸이 복수 때문에 불행해질까 우려하는 엄마의 절절한 마음과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남겼다.

어춘심을 연기한 배우는 김해숙(58).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그를 만났다.

“딸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딸을 엄청 사랑하면서도, 철학이 있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수에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는 말에는 인생에서 놓치기 쉬운 가장 평범한 진실이 담겨있거든요.”

김해숙은 “어춘심은 지금까지와 비슷한 캐릭터 같지만, 알고보면 배우로서 임팩트 있는 역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10년 전 맺어진 흉악범 민준국과 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의 악연을 `고리`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선악(善惡)에 대한 쉽지 않은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졌다.

드라마는 이처럼 촘촘히 짜여진 이야기를 맛깔나는 캐릭터와 빚어내는 데 성공, 지난 4일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9.7%(닐슨 코리아·전국 기준)을 기록해 20%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모든 장르를 적절하게 담아 잘 버무렸어요. 사실 춘심이 죽기 전 한 장면이 더 있었지만, 너무 잔인해서인지 편집됐습니다. 그정도로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촬영했죠. `신선한 충격`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그는 “PD, 작가, 출연 배우들의 힘”이라며 “무엇보다 (민준국 역의) 정웅인이 가장 고맙다. 아무리 명배우라고 해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정웅인이 호흡을 잘 맞춰서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됐다”고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김해숙은 특별출연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참여했다. 짧은 분량임에도 굳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배우라면 `내가 연기할 수 있겠다` 싶은 캐릭터를 만나면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대본 1회에서 그려진 어춘심이라는 엄마의 모습이 그랬어요. 분량에 상관없이 연기할 수 있는 모티브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1974년 MBC 공채 탤런트 7기로 데뷔해 연기 40년째를 맞는 `국민 엄마` 김해숙이 엄마 역할을 앞에 놓고 `두려움`이란 단어를 꺼내다니 의외다.

“40년 동안 많은 엄마를 보여줬고, 색다른 엄마를 하고 싶다고 늘 부르짖었는데 이제는 슬슬 겁이 납니다. 많은 분이 제 연기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그 기대치가 두려워요. 한 사람이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건 저도 사람인지라 너무나 어렵거든요.”

그는 오는 8월 KBS 2TV `최고다 이순신` 후속 `왕가네 식구들` 출연과 하반기 영화 `깡철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쉼 없이 활동하는 셈이다.

“웃긴 이야기지만, 저는 연기밖에 할 게 없어요. 연기를 할 때 그만큼 즐겁고, 새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생겨서 힘든 줄 모르겠어요. 앞으로 맡을 역할이 무엇일지, 맡으면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보니 벌써 40년이 됐네요. 지금까지 연기를 사랑했고, 사랑할 거예요. 아직도 저는 현재진행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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