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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종(晩鐘)

등록일 2013-07-05 00:16 게재일 2013-07-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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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찬 규
구부린 등은 종이었다

해질녘

구겨진 빛을 펼치는

종소리를 듣는다, 한 가닥

햇빛이 소중해지는

진펄밭 썰물 때면

패인 상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호밋날로 캐내는, 한 생애

쪼그린 아낙의 등뒤로

끄덕이며 끄덕이며 나귀처럼

고개 숙이는 햇살

어둠이 찾아오면 소리없이

밀물에 잠기는 종소리

밀레가 그린 `만종`을 연상케하는 작품이다. 구부린 등은 갯펄에서 조개를 잡는 아낙네들의 고달픈 모습이다.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에 나오는 모습들처럼 등을 구부리고 종일 구개를 캐는 아낙네들. 생명과 생활의 진지함이 느껴지는 엄숙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밀레의 그림에서 받는 엄숙함과 신성미를 고찬규 시인이 쓴 `만종(晩鐘)`이라는 시에서 다시 느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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