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찬 규
해질녘
구겨진 빛을 펼치는
종소리를 듣는다, 한 가닥
햇빛이 소중해지는
진펄밭 썰물 때면
패인 상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호밋날로 캐내는, 한 생애
쪼그린 아낙의 등뒤로
끄덕이며 끄덕이며 나귀처럼
고개 숙이는 햇살
어둠이 찾아오면 소리없이
밀물에 잠기는 종소리
밀레가 그린 `만종`을 연상케하는 작품이다. 구부린 등은 갯펄에서 조개를 잡는 아낙네들의 고달픈 모습이다.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에 나오는 모습들처럼 등을 구부리고 종일 구개를 캐는 아낙네들. 생명과 생활의 진지함이 느껴지는 엄숙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밀레의 그림에서 받는 엄숙함과 신성미를 고찬규 시인이 쓴 `만종(晩鐘)`이라는 시에서 다시 느껴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