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오후 1시30분부터 5시까지 국회에서는 국립 근대문학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벌어졌다. `국립 근대문학관 조성을 위한 토론회`는 도종환 의원과 한국작가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하였고 평론가 임헌영 선생이 기조발제를 맡았고, 인천에서 근대문학관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이현식씨,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 오창은씨, 소설가 김형수씨 등이 발제를 했다고 한다.
주된 논의 내용은 필자가 직접 가보지 않아서 자세히 알 수 없다. 며칠 사이로`문학의 오늘` 편집장인 홍성식 씨에게 자료집을 얻어 보기로 했다. 필자가 시간이 맞지 않아 홍 편집장에게 꼭 가 보아 달라고 요청해 놓았었기 때문이다.
홍성식 편집장의 전언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이 참석했다. 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참석하여 토론회 취지에 적극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문학이 문화예술의 원천이자 본류이므로, 우리 역사 속에서 창조된 문학 유산을 보존하여 후세에 잘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도움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 위원회 위원장인 신학용 의원도 참석했다고 한다.
나라가 주최가 되어 근대문학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생각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적극 환영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 논의가 시인으로서 국회의원이 된 도종환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작가회의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토론회의 주역 가운데 한 축이 된 것은 이 문학인 단체가 지향해 온 방향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참고로 필자는 직접적인 활동은 잘 하지 못하고 있으나 매월 4만원씩 내는 이 단체 회원이기도 하다.
근대문학관 논의를 보면서 필자는 몇 년 전에 썼던`근대문학관에 다녀왔다`라는 글을 떠올렸다. 그때 필자는 이렇게 근대문학관의 꿈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 근대문학관에 다녀왔다. 개관식 때도 참석했고 그 직후에도 스케치 기사를 쓰러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근 1년 만에 다시 찾은 문학관은 본모습을 갖추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어 있는 듯했다.
찾아가는 길도 어렵지 않았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매시간 출발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문학 기념관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을 코앞까지 실어 날라주는 것이었다.
3시40분쯤 광화문에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의외로 문학 기념관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많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을 동반한 한국의 어머니들과 단체로 모여 왁자지껄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물론이요, 둘씩 셋씩 짝지어 소곤거리며 눈치를 보는 일본인 관광객들, 배낭을 맨 커다란 키에 달라붙은 두 눈으로 동양인들을 신기한 듯이 내려다보는 서양인들까지, 각종의 사람들이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것을 보니, 문학하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한국근대문학관은 개관 1년 만에 명실상부 빼놓을 수 없는 서울의 관광 코스가 된 것이다.”
이 글이 발표된 후 적어도 세 분 이상 내가 가상으로 꾸며 놓은 스케줄 때문에 직접 세종문화회관까지 오셔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고생을 하신 분이 계셨던 것으로 안다. 그분들게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글을 쓴 때가 2002년경, 이 글이 평론집`문명의 감각`에 실린 때는 2003년이다. 이제 이 논의가 공론화 되는 것을 보니 우리도 이런 새로운 꿈을 현실화 해나갈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이 사업은 이념을 초월해야 한다. 둘째, 이 사업은 관광 상업적인 요소와 더불어 무엇보다 학술적인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앞으로 이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