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블루오션`으로 주목
케이블 채널 tvN 새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주인공들의 평균 나이다. 오는 5일 첫선을 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 등 네 원로배우의 좌충우돌 유럽 배낭여행을 담았다.
JTBC 새 일일극도 노배우 두 명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백일섭과 선우용여(68)가 그 주인공.
이제 더이상 방송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베테랑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진출
`꽃보다 할배`에 회장님이나 할아버지는 없다. `꽃보다 남자`의 꽃미남 4인방 `F4`에 버금가는 `H4`가 있을 뿐이다. 드라마에서 무게감 있는 역을 주로 해오던 네 명의 원로 배우는 근엄을 떨쳐버린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이순재가 토끼 안대를 쓰고 풀밭에 누워 휴식을 청하고, 신구가 자신의 CF 유행어를 빌려 `니들이 파리를 알어?`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탔다. 이순재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는 아무 부담없이 생각나는 대로 즐겼다”며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들이 비칠 것”이라고 소개했다.
JTBC 일일극 `더 이상은 못 참아`는 황혼이혼의 위기를 맞은 7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부모 역할에 머물렀던 배우들이 주연으로 극을 이끄는 것은 단막극을 제외하면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이밖에 집단 토크쇼 `세바퀴` `웰컴 투 시월드` `황금알` 등에서도 엄앵란(77), 전원주(74), 사미자(73) 등 70대 배우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준다.
◇“의외의 모습이 젊은 세대 흥미 자극”
60~70대 주역들의 등장은 새 소재를 찾는 방송가의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드라마나 예능에서 60~70대는 조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유행에 민감하고 속도감 빠른 예능에서 이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 열풍이 시들해진 요즘 이들은 기존에 제대로 다뤄진적 없는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여행이 젊은 사람에게는 낭만일 수 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일 수 있다”며 “젊은 분들의 여행과는 또 다르다. 50년 이상 된 동료, 친구들의 여행이 재미의 포인트”라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방송 트렌드가 다양화하면서 젊은 시청자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젊은 연예인을 써야 한다는 관념이 많이 무너지고 있다”며 “기존 어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는 방송을 보면서 젊은층이 오히려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