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섭
힘을 쓰다 그만 할머니는 또
똥을 싼다 지금 내 가슴 가득
흘러넘치더니 구석구석
번지더니 몸 바깥으로 터져나오는
추억, 향기로운 나무껍질처럼
내 몸을 감싸고
따뜻하다
사람의 일들이란 지난날의 추억 덕택에 아름답고 엄격한 현실 때문에 누추하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으나 시인의 추억 중심에 놓여 현재를 살고 있다. 그래서 추억은 일종의 시원(始原)이다. 추억은 시원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추억은 상처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지만 사랑의 질료이기도 해서 누구나 오래오래 보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