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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로커의 길 걷다 보니 인기 미련 내려놓았죠”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6-07 00:03 게재일 2013-06-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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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전국투어 후 앨범 작업·해외 공연 나서

낮 기온이 30도까지 치솟은 날, 서울 강동구 성내동 드림팩토리 건물 지하 연습실 계단을 내려가자 임재범이 어둠침침한 공간에서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있었다. 지난 2011년 MBC TV `나는 가수다`에서 `비상`을 부를 때의 날카로운 눈빛은 다소 부드러워진 듯 했다. 셔츠에 청바지 차림도 편안해보였다.

“그땐 `빡빡이`였는데 마지막으로 머리를 다시 기르고 있어요. 배드민턴, 아메리칸풋볼 등 운동을 한창 하다가 게을러져서 끊었더니 체중도 불었네요. 하하.”

올해 조용필, 지난해 싸이가 가요계 파란의 주인공이었다면 2011년에는 임재범의 재조명이 화두였다. `나는 가수다`에서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슬픈 음색을 토해낸 그의 무대는 가슴을 뒤흔들 만큼 흡입력이 강했다.

이어 같은 해 MBC TV `우리들의 일밤`의 코너인 `바람에 실려`에 출연한 그는 지난해 6집 `TO...`를 내고는 방송보다 공연에 집중했다. 이때의 인기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소 의외의 행보였다. 자연스레 대중의 뇌리에서 화제성도 옅어져 갔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만난 임재범은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는 오는 7월5~6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을 시작으로 가을까지 대전, 대구, 부산, 창원 등 10개 도시를 돌며 `걷다보면`이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전국투어가 끝나면 국내 활동을 잠시 멈추고 앨범 작업과 해외 공연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때 인기를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게 맞겠죠. 하지만 전 종교 덕인지 반 정도는 마음을 내려놓았어요. 하나님이 한동안 고생했다며 제게 이름 한번 알릴 기회를 줬고 지금은 문명진 등 숨겨진 다른 가수들이 발견되는 걸 보면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 같아요. 삶은 이미 짜인 데로 가는 느낌이죠.”

방송 출연이 낯설었던 그는 `나는 가수다` 당시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침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카메라와 CCTV에서 못 벗어나니 긴장의 연속이었고 집에서도 잠을 못 이뤄 얼굴이 핼쑥해졌다. 곧잘 체했고 헛구역질까지 하더니 결국 맹장에도 탈이 났다.

“`여러분` 무대를 마치고는 아예 쓰러졌어요. 지금 다시 출연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허허.”

브라운관에서 벗어나 공연으로 팬들과 만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TV에 출연하면 질문이 꼭 과거로 돌아갔다”며 “`방송 펑크를 왜 냈느냐` `왜 잠수를 타고 오대산에 들어갔느냐` 등을 물었고 이 내용이 방송되면 인터넷에 기사가 죽 났다. 나름 나쁜 버릇, 좋지 않았던 일을 잊고 과거에서 벗어나 다른 모습으로 살려고 하는데 발목이 잡히더라. 상처가 되고 속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연에선 관객들의 눈망울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받은 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해주고 싶어 공연 제목부터 힐링의 의미를 담았다. 때론 복잡한 심경들도 `걷다보면` 해소되듯이 자신의 노래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안아주겠다는 취지다.

유독 그의 노래에 마음의 치유를 받았다는 팬 중엔 외로운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같은 노래도 그가 부르면 유독 더 슬프고 더 따뜻하게 느껴진 덕이다.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한 팬이 제 앨범을 매일 듣고 전국투어를 따라다닌 후 병원에 갔더니 암세포가 줄었다고 전해 기뻤어요. 어느 정도 인생을 살고 산전수전 겪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또 제 노래에 `욱`한 젊은 팬들은 나름대로 고민이 많은 친구들이죠. `왕따` 당했거나 어딘가에 억눌리고 고통받는 친구들이 힘을 얻나 봐요. 하하.”

2011년 체조경기장 공연에서 록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사랑` `일탈` `잊고 산 소중한 것들` 등으로 주제를 나누고 연극과 뮤지컬 적인 요소를 가미할 예정이다. 팬들이 듣고 싶은 노래를 받아 레퍼토리에 더하고 록과 어쿠스틱한 곡들을 고루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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