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후회없는 인생 살려면 열심히 해야죠”
“긴장돼요. 정말 많이 긴장돼요. 흥행이 잘 안되면 내 탓일 것 같고. 부담감도 크고 이런저런 걱정도 들어요.”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만난 밴드 FT아일랜드 보컬 이홍기는 첫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뜨거운 안녕`의 개봉(30일)을 앞두고 말 그대로 긴장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첫 영화 긴장돼… 흥행 부담감 등 밀려와촬영하면서 느끼고 배우며 한 단계 성숙
가수 이전에 아역배우로 먼저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이홍기는 영화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돼 호스피스 병원에서 사회봉사를 하게 된 아이돌 스타 `충의`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호스피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터라 시나리오를 거절했다.
“저는 경험을 많이 살려서 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호스피스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너 후회해. 다시 한번 봐`라고 했어요. 그래서 호스피스에 대해 검색해보고 다시 시나리오를 읽었죠. 마지막까지 다 읽었을 때 짠함이 있더라고요. 결과가 어떻든 저한테 좋은 의미로 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돌 스타를 연기하는 것이라고는 해도 감독의 주문대로 `본심은 착한데 사회적 환경으로 어쩔 수 없이 변한` 충의의 캐릭터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이 친구가 반항아라는 포인트를 주려면 조금 더 오버하거나 틱틱거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래야 영화가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충의가 어른이 되고 철이 드는 과정이 부각되잖아요. 감독님은 `중간 정도는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중간 지점을 맞추는 게 어려웠어요. 틱틱거려도 미워 보이면 안되거든요.”
극 중 충의는 노래는 물론이고 드럼, 키보드, 베이스 등 다른 악기도 능숙하게 다룬다.
“밴드 8년 하면서 보고 배운 것도 있었지만 실제로 많이 해보지 않은 것도 있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은 `이홍기는 밴드니까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볼 테니까요. 집에서 연습도 하고 멤버들에게도 배웠죠.”
죽음의 순간을 코앞에 둔 시한부 환자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고 한다.
“저는 촬영장이 먼저 제 집이 돼야 해요. 저 때문에 엄청 시끄러웠죠. (백)진희랑은 진지한 장면에서도 장난을 많이 쳤어요. 촬영 중인 세트장 옆 병실에서 코 골고 자다가 저 때문에 NG가 나기도 했죠. (웃음)”
촬영장이 젖소 목장 인근에 위치해 신선한 우유와 치즈를 맛보는 장점도 있었지만 시도 때도 없는 젖소 울음소리에 수시로 NG가 나기도 했단다.
시한부 환자로 출연한 마동석과 임원희 등 선배 연기자들은 일본 활동으로 바쁜 이홍기를 늘 배려해줬다.
“형들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형들은 저를 더 돋보이게 하려고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죠. 많이 챙겨주셨어요. 감사하죠.”
충의와 이홍기는 실제로 어느 정도로 닮았을까.
“충의가 더 착하고 순수하죠. 저는 아직 그 친구처럼 결정적으로 철이 들게 된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충의보다는 심적으로나 겉으로나 어른이 된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이홍기도 한 단계 성숙했다.
“내 인생을 더 멋지게 살고 후회하지 않고 살려면 그동안 고집 부리면서 안 했던 일들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멋있게 개척해보자, 그런 생각이 크죠.”
그동안 내켜 하지 않았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잡지 인터뷰 등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투정을 부리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은 `나는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게 못 하느냐`고 생각했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바꿔야 한다고 결심했죠. 그래야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호스피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보니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호스피스가 왜곡된 면이 있는데 촬영하면서 들으니 고통받고 아프게 살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많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을 편안하게 보내려고 가는 곳인 거죠. 제가 가진 죽음에 대한 생각은 딱 하나, 아프게 죽고 싶지 않다는 거에요. 편안하게 죽고 싶어요.”
인터뷰 전날은 이홍기가 중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기일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데뷔할 때였어요. 쇼케이스하는 날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어요. 친구들 절반은 장례식장에 가고 절반은 제 콘서트를 보러 왔어요. 제가 혹시나 노래를 제대로 못 부를까 봐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소식을 전해주더라고요. 이틀 정도 빈소를 지켰죠.”
이홍기는 “아마 영화를 보고 나면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챙기게 될 것”이라며 “인생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홍기의 `버킷 리스트`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그동안은 주로 아시아를 돌아다녔어요. 유럽이나 남미처럼 아직 안 가본 나라 중에서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공연하고 싶어요.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많이 먹고 재미있는 것도 하고 싶고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