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봄이 없어지는 듯한 5월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겨울을 연상하는 쌀쌀함을 느끼게 하는 날씨가 감(感)을 잡을 수 없다. `신록의 계절`, `계절의 여왕` 등으로 불리던 5월의 예사롭지 않은 계절의 변화가 너무나 이상스럽다.
“새벽에 일어나 아파트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5월의 상쾌한 바람과 함께 푸름이 시작되는 녹색향연의 수도산이 눈과 가슴을 환하게 틔어준다. 어디선가 날아든 산새들이 푸드덕 날개 짓을 하며 날고, 두견새 울음소리가 새벽의 적막을 깬다. 부지런한 동네 사람들이 새벽 운동을 위해 숲길을 오르고, 영일만에서 떠오른 5월의 태양이 숲속으로 스며들어 새아침의 우렁찬 시작을 알리는 행진곡처럼 들려 온다”
앞에 쓴 글은 지난해 5월, 필자가 사는 아파트 창으로 본 평화롭고 상큼한 수도산의 아침 단상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의 모습은 너무나 달라져 있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지난 3월9일 발생한 도심 대형 산불로 인해 전소(全燒)한 수도산 모습이 너무도 처참해 보기가 민망스럽다. 며칠 전 부터 산불로 잿더미가 된 나무들을 베어내고 있다. 불타고 가지만 앙상하게 서 있던 나무들을 베어낸 자리는 알몸을 그대로 내보이며 흉물스런 모습으로 변모해있다. 빼곡이 뻗어 있던 그 많은 숲들이 사라지고 둥지를 틀고 지저귀던 산새도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황량하기 그지없는 민둥산이 거기 있다.
회색 콘크리트 일색인 도심에 그나마 녹색공간으로 남아있던 숲들이 사라지고, 흙먼지 풀풀 날리는 흙산으로 자리하고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나름의 치유를 위해 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이 재생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잃어버린 숲을 되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산 밑에 사는 주민의 한사람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당국에서 철저한 복구사업계획을 세워 시행하겠지만 이번 도심 산불을 교훈삼아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대책이 돼야 한다. 임시방편이나 땜질식 복구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히 있다. 기억해 내기 싫은 일이지만 지난 2011년 7월에 있은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산사태의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이제 5월이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오면 장맛비가 기다리고 있다. 민둥산이 되어버린 수도산과 우미골 뒷산, 포항중학교 뒷산, 항도초등학교를 둘러싼 학산 일대가 최대 위험지역으로 노출되고 있다. 지구촌의 이상기후로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가 쏟아진다면 흙더미로 변한 산들이 어떻게 바뀔지 불 보듯 훤한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지역의 도심재생사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차제에 산불피해지역을 도심재생사업과 연계하여 미래지향적 플랜을 세우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욱 바라고 싶은 것은 도심 곳곳에 조성된 녹지대가 너무 근시안적이고 도시환경에도 걸맞지 않는 점이 더러 눈에 띄고 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조성되는 숲에는 도심환경에 알맞고 화재에 강한 수종(樹種)이 채택됐으면 한다. 그리하여 전국 최고의 행복 도시를 꿈꾸는 영일만 르네상스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푸른 숲이 그리워진다. 싱그러운 5월에 나부끼는 청록의 잎새가 더욱 풍성한 정다운 고향마을을 다시 보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