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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률을 생각하며

등록일 2013-05-27 00:07 게재일 2013-05-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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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홍 포항 죽도성당 부주임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 담당

가톨릭에서는 혼인을 하나의 거룩한 일, 성사(聖事)라고 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정을 이루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돌보는 일 자체가 거룩하고, 숭고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성직자로서 혼인 성사를 주례하면서 강론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왜냐하면, 평생을 독신으로 살겠다고 서약하고,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성장해 성직자가 된 내가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한 말씀 한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는데 어찌 좋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랴?

가정 문제로, 부부간의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해보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풀리지 않는 신비라는 것을 종종 느낀다. 특히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살아온 노부부들을 볼 때면 경이로움과 존경심이 느껴진다. 어느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 이빨을 닦을 때, 치약을 중간에서부터 짠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치약을 항상 끝에서부터 짜서 쓴단다. 이 때문에 매일 아침 서로 다툰다고 했다. 부부 생활을 30년 넘게 해온 노부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젊으니까 그래요. 한 15년 정도 넘어가면, 서로 포기하면서 살아요.”라고 한 뒤 깊고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부부 사이의 문제 때문에, 가정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해보았다. 문득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남기신 주례사가 생각이 났다.

“아내는 남편에게 덕을 보고자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덕을 보겠다는 이 마음이, 살다가 보면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아내는 30% 주고 70% 덕을 보자고 하고, 남편도 자기가 한 30% 주고 70% 덕을 보려고 하니, 둘이 같이 살면서 70%를 받으려고 하는 데, 실제로는 30% 밖에 못 받으니까 살다 보면 결혼을 괜히 했나? 속았나? 하는 생각을 십중팔구는 하게 된다. 속은 것은 아닌가,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드니까 괜히 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덕을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떨까? 좀 적으면 어떨까? 아이고 내가 저분을 좀 도와줘야지, 저분 건강이 안 좋으니까 내가 평생 보살펴 줘야겠다. 저분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뒷바라지 해 줘야겠다, 아이고 저분 성격이 저렇게 괄괄하니까 내가 껴안아서 편안하게 해 줘야겠다.”

이 말씀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황금률`이라고 할 수 있다.`황금률`이란 황금처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계명, 또는 황금처럼 가치 있는 계명이다. 그리스도교의 황금률은 예수의 말과 행적을 기록해놓은 복음서에 등장한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오 복음 7장 12절), 이것이 바로 황금률이다.

부부 사이에서부터 황금률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추기경님의 주례사처럼 서로 덕을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면, 두 사람은 모두 채워질 수 없는 공허함 때문에 다툼이 생기고, 서로가 서로에게 덕이 되고,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려고 노력한다면 두 사람 모두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정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이자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사랑의 학교`다. 부부가 서로 서로를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자녀들에게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고, 부모가 사랑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자녀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나아가서 건강한 가정은 이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 모두가 가정 안에서부터 이 황금률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았으면 좋겠다.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배려하고 생각해주고, 자녀들이 부모의 마음을, 부모들은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가정은 평화로워질 것이고, 우리 사회 역시도 조금씩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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