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2일 부안 내소사에 필자가 이끄는 죽도동 문화가족회 회원들과 일년에 몇 차례 다녀오는 문화유적 답사를 다녀왔다. 지난 해 영주 부석사와 안동 하회마을을 다녀 올 때 올 봄에는 내소사에 가기로 정해놓은 계획에 의해서다. 답사 때마다 그랬듯이 그 지방의 문화유적 해설사를 초빙해 해설을 듣는다. 문화재의 기록적인 가치를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지방의 문화유적 해설사는 우리가 모르는 인문적 특성까지 곁들여 설명하기 때문에 늘 신비롭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부안군청에 해설을 부탁했다.
변산반도 부안은 포항시와 2003년 결연을 맺은 자매도시이다. 포항은 해돋이, 부안은 해넘이라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이른 아침 삼삼오오 모인 회원 40명과 함께 부안으로 출발했다. 줄포만 곰소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해설사로부터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단아하고 차분한 인상을 가진 마흔 초반쯤 돼 보이는 여성해설사 였다. 그는 얼마전 포항에 문화유적답사를 다녀 왔다고 하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관광객이 다니지 않는 오솔길로 안내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솔길 중간지점 천년기념물 122호인 호랑가시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 호랑가시나무잎 가장자리 끝부분에 억센 가시바늘이 있어 찔리면 제법 아픈데, 호랑이가 등이 가려우면 이 나뭇잎에 긁었다해서 이름이 붙여 졌으며, 호랑이 등긁이나무라고도 한다고 했다.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어서 정감이 갔다. 부안의 자연은 이처럼 아름답고 복스럽다. 남도의 대표적 아름다움인 동백이 표현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때 세워진 절로, 원래 이름은 소래사였다고 한다. 국가지정문화재인 대웅보전은 관음조가 단청을 했다는 전설을 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대웅보전의 후불벽화는 눈여겨 볼만 하다. 지방문화재는 삼층석탑, 설선당이 있으며, 기타 유물로는 봉래루, 금동여래좌상등이 경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오솔길을 지나 일주문에 다다랐다. 일주문에 들어서는 순간 회원들은 탄성을 질렀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전나무 숲길이 곧게 뻗어있었다. 전나무 사이로 잡목들이 얽혀 숲길이 더욱 호젓했는데, 숲가꾸기 사업을 했는지 바닥이 훤히 보여 좀 아쉬웠다. 전나무가 터널을 이룬 내소사 들입길은 내소사 자체보다 답사객의 마음에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600미터나 되는 전나무 숲길은 나무의 굵기나 키로 보아 100년은 훨씬 넘어 보였지만 불과 60여년전 해방 전후에 식재됐다고 한다. 근래에는 울창한 전나무 숲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전나무 숲길이 끝나면 능가산이 양쪽을 감싸듯이 전개되며, 느티나무와 벚나무 가로수가 천왕문까지 뻗어 있다. 천왕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1천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절집에 중심을 잡고, 단풍나무, 홍목련, 배롱나무 등이 절집 마당을 이루고 있다. 1천년 된 느티나무는 할아버지 느티나무라고 했다. 이 느티나무는 당산나무이다. 당산나무는 한마을 사람들의 모든 희망을 끌어 안기 족할만큼 넉넉한 기품을 지녔다. 지금도 내소사 주변 석포리 마을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에 느티나무에 새끼줄을 감고 한해의 풍요를 기원하고, 당산제를 크게 지낸다고 한다. 대웅보전 앞마당에 이르면 봉래루 2층 누각이 있다. 봉래루를 돌아서면 석탑이 선 마당과 대웅보전이 능가산 연봉을 변풍처럼 뒤로하고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는 일주문을 지나서 대웅보전 앞마당까지 오는동안 전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홍목련 등의 나무와 절집 마당에 있는 돌 고건물을 보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료했다. 자연을 이용한 내소사의 가람 배치와 조화에 경의를 표하고, 5월 가족과 함께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서로 힐링하는 시간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