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철광산 인프라건설공사 56억$ 낙찰 <br>포스코건설 컨소시엄 입찰액보다 7억$ ↓<br>“제 살 깎아먹는 일, 상도의 어긋” 비난 빗발
삼성물산이 해외수주를 하면서 상도의(商道義)에 어긋난 덤핑수준의 저가로 따내 빈축을 사고 있다.
15일 포스코건설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지난 2일 호주 기업인 `로이힐 홀딩스`로부터 56억호주달러(한화 약 6조4천110억원)규모의 `로이힐 철광산 인프라 건설공사`를 수주했다는 것. 이 공사는 현지 로이힐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문제는 삼성물산이 상식에 어긋나는 저가로 수주한 점이다. 수주 경쟁을 벌였던 포스코건설과 STX건설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당초 이 프로젝트는 포스코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의 수주가 유력했었다. 두 회사의 모기업인 포스코와 STX가 발주처인 로이힐 홀딩스에 각각 1조7천억원과 1천500억원의 지분을 투자한 주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스코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은 1년6개월 동안 임직원 100여명을 투입해 현지조사까지 마쳤고, 지난해 10월 설계·구매·시공 일괄 수주(EP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사업 수주의 최종 승자는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 측은 “로이힐 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실제 발주처인 행콕사가 지난해 5월부터 삼성의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해 왔지만 국내 업체끼리 경쟁할 수 없어, 포스코·STX 컨소시엄과 협의해 하청업체 자격으로 항만 공사만 맡기로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컨소시엄이 단독 제출한 입찰계획서를 로이힐 측이 올해 1월 포스코가 참여한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거절하고 경쟁입찰로 돌아서는 바람에 수주전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 결국 지난 3월 삼성물산은 최종 입찰에서 56억호주달러를 적어내 63억호주달러를 써낸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포스코건설 정동화 부회장과 STX건설의 이희범 부회장은 삼성물산 측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정동화 부회장은 이날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국토부장관·업계대표 간담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저가수주로 제살 깎아먹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가적인 망신이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삼성물산이 수주했기 때문에 잘하길 바란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STX건설 이희범 부회장은 청와대와 정부 관련 부처에 “삼성물산이 로이힐 철광산 개발 인프라 건설공사를 덤핑 수준의 낮은 가격에 따냈다”고 밝히고, 탄원서까지 제출해 놓은 상태다.
한편 삼성물산 측은 “발주처의 요청에 따라 정당하게 입찰에 참여했고, 다른 회사보다 나은 사업수행 능력으로 저가수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반박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