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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등록일 2013-05-13 00:35 게재일 2013-05-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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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 수
길을 가다 보면

푸른 것들이

발 걸 때 있다

제 삶의

밑바닥을 딛고

환하게 솟은 것들이

나보다도

내 절망을 향해

발을 걸어 와

오히려 하루 종일

넘어지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우연한 일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일이 있을 때가 있다. 풀숲 길을 가다보면 푸른 넝쿨들이 발에 걸릴 때가 있다. 이것을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에 뭔가를 타이르는 것으로 비유하면서 자연에서 삶의 한 이치를 터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존적인 나보다도 휘청거리고 절망하는 나의 삶의 자세에 일침을 가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루 종일 넘어지고 싶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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