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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품 안에, 시 읽는 즐거움

등록일 2013-05-10 00:08 게재일 2013-05-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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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영 시인

직업 아닌 직업, 시인이라는 직함을 이름 앞에 붙이고 사는 내게 시(詩)는 나의 생활을 지극히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언어다. 매일 남의 시를 읽으며 시향에 젖을 때 아닌 게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시를 즐겨 읽고 하물며 노래하듯 낭송까지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기에 시인으로서 고마울 뿐이다.

시에 대한 개념적 설명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인에게 `시`는 연분홍 꽃처럼 아름다움을 연상하게 한다.

긴 겨울 지나 산과 들에 핀 개나리, 진달래, 벚꽃을 누군들 아름답지 않다고 우기랴. 시는 그것처럼 남에게 화사한 빛과 향을 선물하기도 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 편의 시는 시간과 공간의 일정한 폭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시는 우리가 생활하는 생활공간처럼 사람 냄새를 그득 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 소통하기를 원하는데 시 한 편에는 대화의 폭을 무한정으로 넓힐 수 있는 상상력의 공간도 펼쳐져 있다. 타인과의 소통을 넘어 자신과의 내밀한 대화까지 모색할 수 있는 것이 시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는 어렵다` 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예술이 앞선 사람들의 표현과 달리해야 하는 신선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식상한 표현보다 새롭고, 때론 충격적인 표현을 통해 작품의 이미지를 강하게 한다. 그렇기에 남이 사용하지 않은 시어를 찾다보니 일상생활에서 시를 가까이 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시를 멀리 있는 사람처럼, 만나기 힘든 것으로 난해하게 느끼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가까이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요소는 극복되고 해결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포항시립도서관에서 추진하는 올해의 원 북 원(One Book One) 도서로 김경민의 `시 읽기 좋은 날` (쌤앤파커스, 2011)이 선정됐다. 올해로 8회를 맞는 `원 북 원 포항(One Book One Pohang)`은 시민들이 읽은 책을 추천받아, 추천된 도서 중 원북선정위원회에서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그것을 시민들에게 집중적으로 읽게 할 수 있는 범시민 독서생활운동이다.

책을 훑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접했던 시 50편과 그 시를 읽고 느낀 산문, 그리고 사진으로 편집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넘겨볼 수 있는 정감어린 책이다. 한 시인의 시집 한권을 선택해서 읽는 것도 괜찮지만, 시를 가까이 하지 않았던 일반 시민에게는 오히려 이런 책이 접근하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수월할 것이다.

책 선정과 함께 포항시립도서관에서는 4월23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시(詩)와 관련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전개했고, 올 한 해 `시가 흐르는 포항, 시를 사랑하는 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고무적인 일로 산업, 어촌도시의 드센 이미지를 벗게 할 뿐만 아니라 경쟁의 팍팍한 일상을 유연하고 권태롭지 않게 만들어 줄 것이다. 사실 영상물의 범람으로 책을 가까이 하기 힘든 요즘이다. 더욱이 예전처럼 책 한 권 살 수 있는 이웃서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서점 대신 카페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책 한 권을 구입하는 것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생활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이러한 환경에서 포항시립도서관에서 펼치고 있는 올해의 `원 북 원`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듯 시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시의 아름다운 표현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창의적 상상의 세계가 현실을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포항 시민들은 적어도 시 한 편 정도는 외우고 낭송할 수 있다`는 풍토가 조성되면 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도시라 누군들 이야기하지 않으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는 일처럼 이 일은 정말 적극 추진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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