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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降雨)

등록일 2013-05-10 00:08 게재일 2013-05-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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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춘 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아내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노시인의 애잔한 마음이 그려진 감동적인 작품이다. 수십 년간 들었던 목소리, 수십 년간 맡았던 살 냄새, 너무도 깊이 각인된 부부의 사랑을 확인하며 시인은 이승과 저승의 아득한 거리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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