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춘 수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아내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노시인의 애잔한 마음이 그려진 감동적인 작품이다. 수십 년간 들었던 목소리, 수십 년간 맡았던 살 냄새, 너무도 깊이 각인된 부부의 사랑을 확인하며 시인은 이승과 저승의 아득한 거리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