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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이 있는 국숫집

등록일 2013-05-06 00:07 게재일 2013-05-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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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태 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들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 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평상이 있는 국숫집은 화려하게 꾸며진 번듯한 음식점이 아니다. 평상이 가게 앞에 놓인 수수한 국숫집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즐겨찾는 허름한 맛집일 것이다. 거기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어딘지 많이 본듯한 친정 오빠 같은, 동생 같은 정이 묻어나는 그런 정겨운 사람들이리라. 그런 사람들을 이어주는 곳이 바로 이웃집 같은 국숫집인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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