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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까이선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5-03 00:40 게재일 2013-05-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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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름다운 꿈 `   최은미 지음  문학동네 펴냄, 312쪽
“지옥 그림은 항상 그려졌어요. 사는 게 고통 아닌 때가 없었나보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던가. 최은미의 단편들을 읽고 나면, 문득 이 말이 다시 떠오른다. 고단한 일상의 한순간에 희망의 메시지처럼 붙들고 싶기도 했던 저 말이, 그러나 다시 보니, 더욱 서럽다. 멀리서 바라보는 코미디만큼 서글픈 것이 또 있었던가. `희망`이라는 말처럼 허망한 것이 또 있었던가. 그 안에 파묻혀 있는 이들에겐 더없이 고통스러운 날들의 연속이지만 한 발짝만 물러나도 한 편의 소극(笑劇)이 되어버리는, 그래서 더욱 서글픈 삶의 모습들.

“어떤 곳을…. 지옥이라고 하나요.”

(….)

“사방이 막혀서 빠져나갈 기약이 없는 곳. 문헌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꿈` 중에서

“그렇다. 사방이 꽉 막힌 곳, 이 生에서 빠져나갈 곳은 없다. 꿈속에서는 무엇을 해도 진실이 아니야. 그 꿈을 깨야지. 꿈을 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뭔지 알아. 바로 뛰어내리는 거야.”

-`너무 아름다운 꿈` 중에서

최은미의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문학동네) 소설 속 `리`의 말대로, 과연 악몽과도 같은 삶에서, 아니, 우리가 삶이라고 생각하는 이 나쁜 꿈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 삶 밖으로 나가는 것밖에는 없는 것인가. 그 밖으로 뛰쳐나가야 새로운 삶, 진짜 삶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러면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이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 붙들고 싶었던 어떤 빛들. 사랑의 순간들,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웃음을 터뜨리던 어떤 찰나의 시간들. 하지만, 또 이런 말들은 어떠한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마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그러므로 사랑을 지어 가지지 마라.”(`애호품`, `법구경`)

결국, 사랑도 미움도 우리를 더욱 고통스런 순간으로 내몰기도 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아니, 우리는 그럴수록 더 열렬히 사랑을 원하고, 더욱 치열하게 누군가를, 무엇을 미워한다.

문제는 삶의 한복판에서 아직 닫혀 있는 보석함들을 열고자 하는 의욕을, 그러니까 삶을 더욱 살아나게 하는 너무 아름다운 꿈을 우리가 가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혹은 그것이 우리에게 한 번의 삶을 여러 번 살게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

삶의 도처에 고통이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거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삶에 고통스런 순간들이 있겠지만 그러한 순간들조차 되돌아오게 하는 힘과 의지를 빌려 우리는 그 순간들 안에서 어떤 보석들을 꺼내며 그 순간들을 구제하면서 고통조차도 긍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삶 그 자체를 의욕하고 반복을 의지하는 한에서.

-권희철(해설,`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비극을 읽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살아내는 것, 이라고 최은미의 소설들은 말하고 있는 것일까.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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