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철
누이야, 나도 모르게 널 생각하며
온종일 마포 강변에서 서성이고 싶었다
육삼빌딩 아래 마포 선착장 강변길
저러이 말갛게 떠가는 몇 생의 흔적들이
오늘따라 왜 그리 서운한지
스무 살 적 오월에 병풍 쳤을 목숨이었다
마흔하고도 몇 살까지 뒤뚱대며 달려와
이제 어느 길모퉁이로 들어서고자
핏발 서린 눈으로 쓸쓸히 미소 짓는가
돌아보면 사납고 모질었던 옛 그림자였다
아무렴, 나도 이만큼 살았으니
그래도 한세상 잘 놀다 가는 거다
저무는 마포 강변에서 시인은 자신이 건너온 사납고 모질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회한에 젖고 있다. 1980년 광주를 떠올리며, 그 격랑의 세월을 뜨겁게 살아온, 함께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있다. 핏발서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온 시간들과 쓸쓸히 미소 짓는 마음이 이제는 그래도 한 세상 잘 놀다가는 것이라고 토로하는 시인의 마음이 착잡하고 쓸쓸함에 젖어있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