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소설 쓰는 일에 미쳐 있는 것 같다. 갑자기 이걸 안 쓰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나서 어느 날 문득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설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취미로 쓰는 게 아니고서야 제대로 쓰는 것도, 계속해서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함부로 시작할 수 없는 게 소설이다. 남의 웃음거리 되기 쉽고, 스스로도 염치없어 은근슬쩍 그만두게 된다.
두고두고 미루던 일을 갑자기 시작하게 된 건 한 달쯤 전이다. 지하철을 타고서 갑자기 문자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문자로 써서 자기한테 부쳐놓는 것이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신촌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40분 걸린다. 다른 때는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해 두곤 했는데, 이것이 소설 쓰는 일로 바뀐 것이다.
혹시 스마트폰 문자를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할 때까지 써본 적 있는 분 계신가? 꽉 차게 써서 내 메일 주소로 부쳐서 아래아 한글 파일로 만들어 문서정보를 보면 분량을 알 수 있다. 200자 원고지로 7매가 된다. 그러니까 그렇게 열 판을 쓰면 70매, 단편소설 한 편 분량이 된다.
헌데 눈이 나빠지는 게 문제다. 스마트폰은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는 것이다. 까만 바탕에 흰빛을 내는 메시지란을 빼곡히 채우노라면 눈이 어리어리해지고 흐릿해진다. 또 작은 글씨를 계속해서 봐야 하니 그 피로감이 보통 이상이다. 최근에 들어 급격히 어지럼증이 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했다.
지난주에, 그때도 나는 남들이 보면 꼭 미친놈이라 할 정도로 지하철을 타자마자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소설쓰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숨이 답답했다. 춘한이 밀려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요즘 몸이 썩 좋지 못했다는 생각에 내복까지 단단히 받쳐입고 나선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그 날 따라 지하철 안이 온도가 높았다. 문래역이 가까웠을 때 나는 잠시 내려 쉬다가려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 쪽으로 나가섰는데, 갑자기 지하철이 서행을 한다. 그런데 이 속도변화를 내 몸이 감당 못하고 현기증이 일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누가 흔들어 눈을 뜨니 바로 앞좌석에 앉은 남자가 나를 잡고서 묻는다. 그 사이 시간이 1,2초나 되었을까. 그이가 우려된다는 듯 “어디 안 좋으냐”고,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나는 “좋지 않다”고 대답하며, 그 자리에 일단 앉았으나 내리지 않고는 현기증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문래 역에 겨우 내려 플랫폼 벤치에 길게 누워버렸다.
그런데도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아무래도 역무원을 불러야 할 것 같았다.
결국 그날 나는 지하철 역무실 구경을 단단히 하고, 거기서 바늘과 실을 얻어 엄지손가락을 따고서야 겨우 일어났다.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 가야할지 고민할 정도로 전에 없는 기현상을 겪은 것이다.
나이 때문이냐. 스마트폰 소설 쓰기라는 유례없는 미친 짓 때문이냐. 물론 둘 다겠다. 스마트폰이 내 생활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이제는 웹하드에 들어가 내가 내야할 책의 표지 디자인을 보는 일까지 스마트폰으로 한다. 컴퓨터로 하던 많은 일들을 엄지족이 되어 처리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란 이런 걸 두고 말함인가.
사실, 이 글도 나는 지금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다. 지난번에 이어 두번째다. 시간이 컴퓨터에 비해 오래 걸리지만 대신에 켜고 끄고 로그인하는 불편함이 없고 무게가 안 나가 좋다. 고민이다. 이렇게 계속 하다가는 아무래도 눈과 머리가 거덜날 것 같은데. 낡은 엄지족의 새로운 탄생은 이렇게 진통이 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