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폭력 없는 학교를 위한 노력

등록일 2013-04-03 00:28 게재일 2013-04-03 18면
스크랩버튼
▲ 하재영 시인

십여 년 전 일본의 학교를 방문했다. 당시 일본의 학교 곳곳은 `이지메`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고, 우리의 교육 현장은 강 건너 불 보듯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여겼었다. `이지메`가 우리나라에서 `왕따`문제로 불거지더니 급기야는 `자살`로 이어지고, 오늘날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학교폭력 문제로 확산되었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많은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학교폭력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해 2012년 4월부터 9월까지 초중고에서 14만4054건의 이지메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숫자는 전년도에 대비해서 줄어든 숫자가 아니란다. 결국 일본 자민당은 교사 체벌까지 포함하는`이지메 방지 기본법`을 만들기까지 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학교폭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교육개발원(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위탁)을 통해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4월31일까지 실시한다. 그 목적은 학교폭력 발생 실태 및 관련 인식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학교별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등 정책 수립에 활용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에 대한 적극적 해결책을 찾으려는데 있다고 했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일반적으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피해자 역시 쉬이 자신의 피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 번 찍히면 끊임없이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현상이 학생들 사이에 묵시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현실 속에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자체에 불만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한둘이 아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빈부와 성적 순위를 떠나 모든 학생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꾼임을 깨닫게 하고,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닌 즐거운 공간이 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제 학생 뒤에 문제 가정이 있다는 말이 시사하듯 가정 역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녀들이 폭력에 개입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부모 교육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학교 폭력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학생을 미리 찾아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며칠 전 시내 D중학교 K교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좋은 사례를 듣게 되었다. 학교에 입학해서 급우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폭력을 일삼던 학생이 천사가 되었다고 했다. 자초지종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손 가정의 그 학생은 수시로 아버지의 손찌검 속에 자랐다고 한다. 그런 사정을 안 학급의 어머니들이 자기 자식의 피해만을 위해 신고하고, 가해자만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을 내 자식으로 생각하고 어머니들끼리 매주 모여서 해결 방법을 공부하고, 자녀들이 그 학생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었단다. 물론 담임과 교장도 그 학생을 만날 때마다 격려하였더니 조폭 같은 학생이 천사처럼 변하더란 것이다. 소중한 사례임에 틀림없다.

학교 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포항시에서 추진하고 있는`감사나눔운동`을 학교 실정에 맞도록 도입해 보는 것이다. 학생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찾을 수 있는 감사의 꺼리를 발견케 하는 인성교육은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이면서 바르게 확립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이지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일본의 예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학교 폭력 문제는 다양한 대책이 있더라도 학생과 학생의 갈등을 쉽게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학교 폭력 문제를 내 일처럼 생각하고,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지도할 때 귀하고 귀한 우리의 아들딸들이 학교폭력의 아픈 굴레에 갇혀 신음하는 일이 사라질 수 있다.

아침을열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