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희 성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순진무구한 아이에게서 깨달음 얻는 어른의 얘기가 재밌게 전개되는 시이다. 사물이나 어떤 현상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어른들은 쓸데없이 꽃과 잡초를 나누고,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나누는 등 중요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어리석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러면서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서 그 순수한 마음을 본받아야함을 깨우쳐주는 잔잔함 감동을 거느린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