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연말 시상식 때 전 직원들에게 일년 내내 감추어 두었던 푸른빛의 아름다운 루시별을 가슴에 달아 주었다. 물론 나의 가슴에도 달았다. 다이아몬드 루시별은 2004년 2월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소 관측팀이 지구에서 약 5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푸른빛을 내는 별을 처음 발견했다. 전체가 다이아몬드와 같은 탄소결정체로 이루어져 있는 별은 수천억 이상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를 보여 주었다. 별의 이름을 고심하던 관측소팀은 비틀스의 노래 중 떠나간 소녀의 그리움을 노래한`다이아몬드를 지닌 하늘의 루시`에서 따온 이름을 지어주었다.
루시는 본래 태양처럼 밝았으나 별이 핵의 물질을 다 소모하고 중심부가 식으면서 탄소 중 무거운 원소들로 이루어져 고밀도 상태의 다이아몬드인 백색왜성으로 변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태양 역시 50억년 후 수명이 다하고, 그 뒤 20억년 정도 더 지나면 이 별과 같은 다이아몬드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태양보다 나이가 많은 루시는 2004년에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첫 이름을 선물로 받았다. 당장 세상이 나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초조할 필요는 없다. 오랫동안 그 빛을 잃지 않는다면 세상의 눈은 자연스레 빛을 따라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십(Starship)은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 스타십은 세상에 드러 낼만한 자신만의 색깔, 능력이나 잠재된 끼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는 신조어다. 그런데 막상 이름을 달아놓고 보니 걱정이 앞선다. 그 빛을 갈고 닦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물을 주면서 지켜보는 인내와 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젊은 친구들은 자기만의 끼와 꿈을 발견하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고, 이미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이들은 여기까지 오는데 여러 가지로 많이 지쳐있다. 1~2년 조직에 적응하느라고 꿈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휴식을 달라고 외친다. 여기에 병원의 핵심가치이니 사명을 요구할 수도 없다. 참 미안하다. 기성세대는 사회성을 길러야 하고, 조직이 요구하는 인재를 위해서 시스템을 갖추어 물을 주어야 하고 그 싹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거름을 주고 길러야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막막하다. 이것은 현장책임자들로 하여금 보람도 있지만 가끔 미치게 한다. 의외로 잘 따라와 주는 이도 많다. 이 효과는 우리 세대에 보지 못할 수 있지만 루시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고전을 포함한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우리 병원에는 독서 동호회인 마중물이 있는데, 많은 책을 읽고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정리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4년차 마중물지기로 독후감을 읽으며,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에 오히려 경탄할 때가 많다. 마중물에는 반드시 고전이 몇 권정도 들어간다. 고전은 무미건조하고, 현대인의 언어로 이해하기가 난해한 경우도 많지만 막상 책장을 덮고 나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셋째,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다.자기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한다. 20%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 조용히 산책하면서, 운동을 하면서 하루를 마치기전에 일기를 쓰면서, 기도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좋은 영화상영이나 음악회, 강연 등도 좋다. 타인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 역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하느님의 유일한 창조 작품인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사람을 살리고, 사랑하고, 돕고 함께 살아가는 것, 이것만큼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 있을까? 그래서 매일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야 한다. 우리의 생은 너무 소중하다.